'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누운 자리에서 주문을 외운다. 그런 다음 더듬더듬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을 찾아 YES24 앱을 켠다. '찐아빠'를 검색할 필요도 없다. 최근 검색창에 있는 '찐아빠'를 클릭하기만 하면 된다. <찐아빠의 육아 세계> 도서 이미지가 뜨면 새로 달린 리뷰를 확인하는데 이때부터 참새가슴이 된다. 그러고는 매일매일 판매지수를 캡처하고 홈 화면으로 돌아가 새로고침을 한 뒤 베스트셀러 탭을 클릭한다. 국내 도서 분야의 순위를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판매 지수에 울고 웃는다. 예약 판매 후 배송 지연이 됐을 때 줄어든 판매 지수를 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바로 출판사 대표님에게 연락을 해 서둘러 인쇄 일정을 잡아야겠다고 재촉했을 정도다. 늦어지는 배송으로 주문을 취소한 줄 알았다. 판매 지수가 곧 판매 수량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좀처럼 오르지 않는 판매 지수에 걱정만 늘었다. 뿐만 아니라 도서 분야 순위 변화에도 민감하다. 나보다 아래 순위에 있는 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가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순위에 따라 기분도 오르락내리락거리는 것을 보면 병에 걸린 게 분명하다.
베스트셀러가 되면 병이 나으려나. 세부 분야 선택을 하지 않고도 국내도서 순위로만 검색될 날이 오면 마음 졸일 일도 없을 텐데. 내 생애 알아서 잘 팔리는 때가 오기는 할까. 내색하지 않지만 책을 알리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무기력해진다. 내 책이 한 권이라도 더 읽혔으면 하는 마음이 병을 키우는 것은 아닌지 싶다. 많은 사람이 내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망을 내려놓기로 했다. 몇 쇄 더 찍을 욕심?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몇 권 안 되는 초판이라도 모두 소진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언제쯤 판매지수로부터 초연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