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연히 서울아산병원 지하에 있는 멀티 플라자에 들렀다. 옷 가게 옆에 있는 모닝글로리 문구점을 지나니 작은 서점이 있었다. 좁은 서가에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마치 지하철 상가에 있는 작은 서점과 같은 분위기였다. 책들은 출판사 ㄱㄴㄷ 순서로 책장에 꽂혀 있었고, 작은 매대 위에는 특정 분야 상관없이 책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매대가 작아서 그런지 같은 책들을 쌓아 놓았고 책들은 마치 산맥을 이루듯 길게 이어져 있었다. 높게 쌓여 있는 책들 사이를 거닐며 매대를 둘러봤다.
“내 책은 서점 어디에 놓일까?”
서점을 둘러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 베스트셀러 코너에 내가 쓴 책이 진열된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 사실 이다음은 교육복지사들을 위한 책을 쓰고, 언젠가는 작은 책방을 차려 직접 큐레이션 한 책들을 진열하겠다는 꿈이 있었기에 첫 책을 끝내 출간할 수 있었다. 비록 첫 번째 책이 육아 에세이지만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원고 작업을 마무리했다. 힘들게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책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 아니라 작가라면 누구나 갖는 기대일 것이다.
"대표님,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어디에서 판매되나요?"
출판사 대표님은 교보문고 전국 매장에만 입고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살짝 서운해질 뻔했다. 사실 인지도가 있는 작가가 아니라서 알아서 잘 팔렸으면 하는 마음이 욕심인 것을 잘 안다. 마케팅에 크게 가치를 두지 않는 대표님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아무래도 소규모 출판사라 다른 대형 서점에 입고하고 홍보할 여력이 안 되는 현실적인 문제 같았다. 광고비 없이 매대에 진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출판사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매대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출판사에서 광고비를 들여서라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진열된 책은 독자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책을 구입할 때 살 책을 정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매대부터 둘러보게 되어 있다. 표지와 제목이 한눈에 들어오는 책이 더 쉽게 집어 들리기 마련이다. 독자 눈에 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수북이 쌓인 책들 사이를 둘러보며 절실히 깨닫는다.물론 신간이 나오면 재빨리 교체되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하면 책을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셀프 홍보를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저자는 대형서점을 다니며 30~40권의 책에 감사 메시지를 적은 메모를 남겨놨다고 한다. 남편에게 선물하는 책이 되길 바라며 살고 있는 지역과 서울 주요 교보문고를 다니며 육아맘들에게 편지를 써볼까 한다. 조금은 뻔뻔해 보일지 몰라도 하루 종일 교보문고에 죽치고 있으면서 <찐아빠의 육아 세계> 책을 매대 위에 셀프 진열도 해볼까도 싶다. 비록 모든 대형 서점에 책이 배치되지 않지만 교보문고에서 내 책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일 것이다. 교보문고매장에서 내 책이 독자들의 손에 닿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