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섭던 추위도 꺾였다. 바람마저 부드러워졌다. 꽁꽁 얼어붙었던 전주천도 물결친다. 아파트 단지의 나뭇가지에는 작은 새싹이 움트고, 까치 부부는 새끼를 맞이할 둥지를 짓느라 오르락내리락 분주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칼바람에 위태로워 보이던 둥지도 어느새 자리 잡았다.
방금 방과 후 수업받으러 온 두 아이가 복지실에 찾아와 볼멘소리를 했다.
“왜 저희만 같은 자리에 있어요?”
매년 학급 수가 달라지면서 각 층에 배정되는 학년도 달라지지만, 6학년만은 예외였다.
연신 구르마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선생님들은 짐을 옮기고 교실을 청소하며 새 학년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하루 종일 소사 선생님은 교과서를 복도에 내려놓고 다시 교실로 옮긴다. 곳곳에서 바쁘다. 한동안 조용했던 복도에는 다시금 선생님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학교가 시끌벅적한 걸 보고 처음으로 개학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미루고 미루다가 겨우 복지실도 청소했다.
오늘은 전 교직원 출근하는 마지막 날이다. 3일 동안 진행된 ‘교육과정 세움 주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어제오늘 학년 별로 한 해의 학사 운영을 논의하느라 바빴다. 엊그제는 새롭게 전입한 선생님들을 맞이했고 오늘은 인수인계서를 살펴보며 각자의 업무를 정리하고 있다. 아마도 곧 반배정을 마무리할 것이다.
자연도, 학교도 다시 봄을 맞이한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날, 교실과 복도는 아이들의 웃음과 온기로 가득 채워질 것이다. 퇴근할 때까지 굳게 닫혀 있던 교육복지실 문도 “복지 샘, 복지 샘!” 부르며 쉬는 시간마다 활짝 열리겠지.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2025학년은 또 어떤 한 해가 될까? 서둘러 그려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