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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사회복지사 Jun 16. 2020

육아맘의 현실 외출

아내가 두 아이를 두고 외출을 했다. 


며칠 전 아내는 저녁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나갔다 와도 되냐고 물었다. 아내는 두 아들을 두고 외출하는 게 미안했는지 재차 물었다. 하필 약속한 날이 월요일이었다. 월요일병인지는 몰라도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이었다. 아내도 그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솔직히 아내가 나가면 얼마나 자주 외출한다고, 아내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그냥 다녀오라고 했다. 사실 아내가 외출하면 종종 두 아들을 봤었기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내에게 으쓱하며 마음 편하게 다녀오라고 말했다.  


아내는 두 아들 저녁밥을 먹이고 부랴부랴 서둘러서 현관문을 나섰다. 내심 그냥 나갔으면 했는데 아내는 저녁이라도 먹여야 마음 편하게 나갈 수 있겠다고 했다. 오랜만에 외출해서 그랬는지 아내의 얼굴에 행복감이 묻어 나왔다. 두 아들에게 엄마 다녀오겠다고 손 흔들며 인사를 하는데 아쉬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현관문을 나서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르게 그냥 짠했다.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고작해야 2시간밖에 안됐다. 이동시간 포함하면 정말 잠깐 친구들을 만나는 거였다. 아내는 두 아들과 내가 걱정돼서 그 시간마저도 충분하게 즐기지 못할게 분명했다. 


두 아들과의 현실 육아가 시작됐다. 다섯 살, 15개월 남아이 육아. 시계를 보니 저녁 7시, 두 아들이 잠드는 시간까지 2시간 남았다. 어찌 2시간을 보낸담. 놀다가 시계 한번 쳐다보고 몇 분 지났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다. 시간을 자꾸 확인해서 그런지 시간이 정말 안 갔다. 2시간이 2년 같았다. 월요일병을 앓고 두 아들을 보려니 금방 체력이 바닥났다. 드러누워 책을 읽어주고 뒹굴며 놀아주고 쓰러져서 블록 쌓기 놀이를 했다.    


어쩌다 보니 2시간이 지났다. 육퇴의 고지가 눈 앞에 보였다.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순간 속으로 두 아들을 어떻게 재운담 고민에 빠졌다. 거실에 있는 TV라도 나오면 식은 죽 먹기였다. 가끔 둘째를 안방에서 재울 때 첫째에게 TV를 보여주곤 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고장 난 TV를 하염없이 물끄러미 쳐다봤다.


육퇴를 위해 도전해야 했다. 아빠니깐.


일단 둘째부터 양치질을 했다. 첫째에게 칫솔에 치약을 묻혀서 치카치카하자고 줬다. 재빠르게 둘째 양치질을 마무리하고 씻겼다. 첫째 양치질을 마무리해주고 집안의 모든 불을 끄고 안방에 들어갔다.


졸린 눈을 비비는 둘째를 범퍼침대에 눕혔다. 첫째에게 안자도 좋으니까 동생이 잘 때까지만 조용히 옆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생각해도 첫째가 눈치껏 도와준 덕에 동시에 재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바로 잠자기 의식에 들어갔다. 뽀로로 자장가 책을 읽어줬... 아니 암송이다. "새근새근 코~ 새근새근 코~ 루피와 뽀뽀로는 할 일을 마무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답니다. 별님, 달님이 꿈나라로 오라고 하네요. 이제 지호도 잘 시간이에요." 둘째의 반응을 보니 금방 잘 기새였다. 평소 같았으면 폭풍 옹알이를 하거나 뱅글뱅글 누울 자리를 찾듯 범퍼침대를 돌아다닐 텐데 바로 등을 지고 누웠다. 


이때다 싶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마무리하는 감사 기도를 했다. "오늘 형이랑 엄마, 아빠랑 재밌게 놀았어요. 다치지 않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맛있는 맘마 주셔서 감사해요. 오늘도 꿈나라 가서 잘 자게 해 주시고, 내일도 좋은 하루를 맞이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기도를 마쳤더니 첫째가 졸렸는지 침대 위에서 베개를 찾아 등을 지고 누웠다. 가만 보니 첫째도 잘 것 같았다. 잠자기 의식에 박차를 가했다. 바로 자장가를 불렀다. 음! 음! 목소리를 가다듬고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쉬~쉬~쉬~ 백색소음까지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들이 잠들었다. 쾌지나 칭칭 나네~ 신났다. 쾌재를 불렀다. 앗싸! 2시간의 고됨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아내에게 두 아들을 재웠으니 자정만 넘기지 말고 재밌게 놀다 오라고 카톡을 보냈다. 


그때 배고픔이 밀려왔다. 때 늦은 저녁을 챙겨 먹었다. 육퇴 후 먹는 저녁, 꿀맛이었다. 막걸리 한잔과 반주하며 식탁에서 나름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아내가 일찍 들어왔다. 친구들이 애 본다고 불쌍하다고 어서 들어갔다고 했다고. 아내 손에는 버거킹 햄버거 세트가 들려 있었다. 현관문에 나서는 아내 뒤통수에다 대고 버거킹이라고 외쳤는데 들었던 모양이다. 괜히 말했나 싶다. 아내는 버거킹 사려고 일찍 친구들과 헤어졌다. 얼마 만에 두 아들을 두고 간 외출인데, 아내는 2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을 보내고 들어왔다. 


여보! 두 아들 재울 정도면 며칠 혼자 보는 것도 충분하지 않겠어? 한 이틀 여행 다녀와도 돼요. 두 아들 임신과 출산, 육아. 곧 태어날 셋째까지. 하루 외출은 고사하고 몇 시간 나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셋째 태어나면 앞으로 몇 년 동안은 더 그럴 거요. 셋째 태어나기 전에 어디라도 다녀와요. 기꺼이 휴가를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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