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RRrrrrr......
오랜만이다. 진동으로 맞춰 놓은 휴대폰 벨이 울린다. 익숙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연인지도 모르겠다. 조작해놓은 것들이 마음대로 헝클어지는 것에 대해 관심을 끈지 오래다. 소유물의 주인 행색도 이젠 지겹다. 이름 석자를 붙혀 두었으니 말이다.
밖으론 비가 내린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오롯한 빗소리에 갇혀 상념에 젖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곳곳에 켜진 불빛을 세어본다. 이럴 때면 성냥곽마냥 갑갑하던 아파트 건물도 제법 운치있는 것이다.
전등을 하나 켜두고는 깜빡이는 커서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켜졌다, 이내 한 음을 삼키고, 다시금 꺼진다. 사라진 음을 두드린다. 몇 번이고 번복해서 두드린다. 켜졌다, 이내 한 음을 삼키고, 다시금 꺼진다. 없어진 음을 유심히 떠올려 본다.
RRRrrrrrr......
못 보던 부재중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는 이름이 없다. 얼마나 오랜 기간이 지속되었는지 모르겠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름없는 전화를 바라보며 지나온 어떤 이들을 떠올려 본다. 걸음을 어떻게 옮겨야 할지 여전히 감이 오지 않는다.
방충망으로 빗방울을 따라 이슬이 맺힌다.
투둑- 투둑-
어느 새 축축한 기운이 유리 너머로 침범한다.
생각을 방해하는 비릿한 빗내음을 들이키며 빗소리를 따라 타닥 타닥 - 타자기를 두드려 본다.
잠시 꺼진 화면으로 비춘 제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이런 나는 여전히 이렇게 머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