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in PINK

by Letter B





자로 잰 듯 한 치의 오차 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비난을 듣게 된 지 1여 년이 지났다. 학식도 짧아, 상식도 부족해, 세상살이도 몰라 그녀가 걸어온 길을 되짚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읽을 수 있는 글도 얼마 못 되는 그녀를 볼 때면 찻잔 옆으로 놓인 브라운 컬러의 네모난 설탕을 떠올리게 된다.


'달달하다’


첫인상이었다. 쓴소리를 내뱉으며 꾸역꾸역 걸음을 옮기는 모양새가 처음 보는 꼴은 아니었다. 아주 작은 동냥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 막 걸음마를 내딛는 그녀가 이 험난한 세계에서 최소한의 걸음을 옮길 때까지의 모습을 바라보기로 결정한 것은 말이다. 흔하게 울려 퍼지는 아우성이 하얀 가루가 되어 흩날리는 것을 두고 우리는 또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희미하게 스며드는 희열을 두고 나는 멀찍이 서성인다.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똑같은 서사 앞에 우리는 얼마나 솔직해질 수 있는가. 나는 질문에 도달하지 못한 그녀를 두고 내내 뇌리를 맴도는 같은 질문들을 결국 떨쳐내지 못한다.


그녀는 여전하다. 여전히 엉성한 모습으로 같은 질문만을 던지고 있다. 꽤 날카롭게 선을 긋지만, 그녀가 그렇듯 가만히 앉아 글을 읊는 일 외에는 나 역시 관심이 없다. 그렇다면 몫은 동등하다. 여기서 뻔한 질문을 그녀에게 되묻는다. 언제까지 같은 투정으로 일관할 것이냐고 말이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찻잔 아래로 딱딱하게 늘어 붙은 설탕을 바라보다 스푼 끝으로 바닥이 상하지 않게 살살 긁어내고는 이내 두 어번 휘휘 휘저어 낸다. 물결의 방향을 따라 알갱이들이 이리저리 흐드러진다. 조금 단맛이 강해진 커피를 한 모금 베어문다.


끝내 울지 않는다. 어쩌다 새어 나오는 눈물도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일들에 그 어떠한 연민도 갖게 되지 않게 된 것은 나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도통 분해되지 않는 것들을 붙들고 하루 종일 고민한다. 모처럼 흥미롭고 진절머리 나는 것들을 앞에 두고는 서서히 분해된다. 분해되는 것은 나인지도 모르겠다. 알갱이를 따라 이리저리 걸음을 옮겨 본다.

보도블록 위로 한 폭의 그림처럼 새겨진 나무 그림자가 달빛에 휘청인다. 보폭을 넓혀도 새겨지지 않는 발자욱을 떠올리다 반듯하게 금이 간 블록의 모양새를 두고 서글퍼지는 까닭은 알 수 없다.


갑갑한 마음 대신 명치 깊숙이 들어선 가시 조각에 대해 나는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코끝으로 맺힌 비릿한 망울을 신경 쓰지 않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마치 절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마음이 눈물이 되고 눈물이 피가 되고 피가 들끓어 절정에 다다를 수 있도록 몰아세운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있을까? 그리 간단한 것들이었을까. 생리학의 문제인지 심리학의 문제인지 한참을 고민하다 여전히 별 고민 없이 내려놓는다. 나는 같은 모습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녀가 낡은 것에 대해 묻는다. 나는 답한다.


"언어에도 시대가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글쎄요, 장르의 하나일 뿐이죠."





이전 15화MISS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