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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점과 운명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 강의를 준비하며

by 조항현

다음 주에 열리는 복잡계 여름학교에서 스티븐 스트로가츠의 책 <비선형 동역학과 카오스> 3장을 맡아 강의하기로 했다. 3장의 제목은 갈래치기(bifurcation)다. 간단히 말하면 dx/dt = f(x,r) 형태로 주어지는 미분방정식에서 매개변수 r에 따라 x(t)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는 것이다.


내가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운명'이라는 말이다. 우선 우리가 풀고자 하는 방정식은 결정론적이다. 즉 초기조건 x(0)이 주어지면 모든 t에 대해 x(t)는 결정되어 있다. 우연 따위는 없다. x의 변화는 f(x,r)이 좌우한다. 특히 r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고정점이라는 개념을 알아야 한다.


고정점은 f(x,r)=0이 되는 x 값을 뜻한다. 고정점을 x*로 쓰겠다. f(x,r)이 0이 되면 dx/dt도 0이 되어 x(t)는 x*로 고정되어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처음부터 x(t)가 x*인 경우에만 해당한다. 다시 말해서 처음부터 x*라는 값을 갖지 않은 모든 x(t)는 x*에 가까이 갈 수 있을 뿐 x*가 될 수는 없다. 물론 x(t)가 x*로부터 멀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또한 x(t)는 x*를 지나갈 수 없음을 뜻한다. x*가 아닌 초기조건에서 시작하여 x*로 무한히 가까워질 뿐 도달할 수도 없으므로 x*를 통과해 지나갈 수 없다는 건 당연하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없을 때 그건 운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x(t)도 x*라는 고정점에 가려 그 너머에 도달할 수 없다. 그래서 고정점의 존재와 그 특징은 x(t)의 '운명'을 결정한다.


반대로 고정점이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f(x,r)의 형태에 따라 r 값에 따라 고정점이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f(x,r)이 모든 x와 r에 대해 양수라고 하자. 즉 dx/dt > 0이므로 x(t)는 초기조건과 상관없이 언제나 양의 무한대로 발산할 것이다. 물론 누가 먼저 가느냐는 다를 수 있지만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릴 뿐이다.


그래서 고정점이 있냐 없냐, 있다면 몇 개가 있냐, 어디에 있냐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이건 r이 좌우한다. 그래서 매개변수 r이 x(t)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f(x,r)의 형태에 따라 r이 변하면서 고정점의 개수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갈래치기라고 한다. f(x*,r)=0이므로 이 식을 풀면 x*가 존재하는 경우 x*는 r의 함수로 씌어진다. 즉 x*(r)이며 이 함수의 모양에 따라 갈래치기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앞서 소개한 스트로가츠의 책을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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