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짜릿하게 만드는 병히의 칭찬이 있는데 저세상 드립으로 그를 웃기면
"아 너는 진짜 도라이 미친놈이야."
욕먹고 짜릿하면 변태라는데 내가 그럴 줄이야. 동갑내기 병히랑 노는 게 제일 재밌고 즐거우니 나름 성공한 결혼 생활 중이다. 특히 물을 마시는 병히를 웃기면 물을 뿜는데 우리 부부는 물을 마실 때마다 서로에게 웃기지 말라고 경고하고 경계하며 물을 마신다. 나도 물을 마시다 두어 번 뿜은 적이 있기에.
하루에도 나 때문에 다섯 번은 빵빵 터지는 병히를 보며 개그맨이 되었다면 드립으로 돈도 벌고 유명세도 얻었을 텐데 참 아쉬운 나날이었다. 거기에 근거 없는 개그 자신감까지. 헌데 최근 이 착각이 와장창 박살 났으니...
요즘은 나보다 더 병히를 빵 터지게 만드는 라이벌이 생겼는데 바로 두 딸들이다. 병히는 딸들이 하는 소리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내가 듣기엔 좀 엉뚱하고 귀엽네 하는 정도의 말에도 일류 개그맨의 농담인 듯 빵빵 터진다. 그리곤 깨달았다. 이 인간의 웃음 장벽이 매우 유치하고 낮다는 것을... 에휴.
어제는 진이가 종이와 가위를 병히에게 주며 하트를 오려달라고 부탁했다. 오려주니,
"와우, 어메이징!"
외치며 종종 걸어갔는데 그 모습을 병히가 정말 재밌어했다. 저 말은 어디서 배운 걸까? 영유 일주일 차인데 벌써 문장을 말하네 난리가 났다. 나는 티브이광고에서 본거네하며 별거 아니란 듯 넘겼는데 병히는 두세 번이나 더 언급하며 재밌어했다. 두 딸이 너무 재밌다며 어쩜 이런 상황에 저런 말을 하냐고 눈을 반짝였다.
나도 실은 더럽게 재미없는 사람인데 그의 눈에만 개그맨 뺨치게 웃긴 게 아닐까. 병히의 웃음버튼 모양은 핑크핑크한 하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