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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속 Jan 10. 2024

웃겨야 사는 여자

그의 웃음버튼

  나를 짜릿하게 만드는 병히의 칭찬이 있는데 저세상 드립으로 그를 웃기면

 "아 너는 진짜 도라이 미친놈이야."

욕먹고 짜릿하면 변태라는데 내가 그럴 줄이야. 동갑내기 병히랑 노는 게 제일 재밌고 즐거우니 나름 성공한 결혼 생활 중이다. 특히 물을 마시는 병히를 웃기면 물을 뿜는데 우리 부부는 물을 마실 때마다 서로에게 웃기지 말라고 경고하고 경계하며 물을 마신다. 나도 물을 마시다 두어 번 뿜은 적이 있기에.

  하루에도 나 때문에 다섯 번은 빵빵 터지는 병히를 보며 개그맨이 되었다면 드립으로 돈도 벌고 유명세도 얻었을 텐데 참 아쉬운 나날이었다. 거기에 근거 없는 개그 자신감까지. 헌데 최근 이 착각이 와장창 박살 났으니...

  요즘은 나보다 더 병히를 빵 터지게 만드는 라이벌이 생겼는데 바로 두 딸들이다. 병히는 딸들이 하는 소리에 배꼽을 잡고 웃는다. 내가 듣기엔 좀 엉뚱하고 귀엽네 하는 정도의 말에도 일류 개그맨의 농담인 듯 빵빵 터진다. 그리곤 깨달았다. 이 인간의 웃음 장벽이 매우 유치하고 낮다는 것을... 에휴.

 어제는 진이가 종이와 가위를 병히에게 주며 하트를 오려달라고 부탁했다. 오려주니,

"와우, 어메이징!"

외치며 종종 걸어갔는데 그 모습을 병히가 정말 재밌어했다. 저 말은 어디서 배운 걸까? 영유 일주일 차인데 벌써 문장을 말하네 난리가 났다. 나는 티브이광고에서 본거네하며 별거 아니란 듯 넘겼는데 병히는 두세 번이나 더 언급하며 재밌어했다. 두 딸이 너무 재밌다며 어쩜 이런 상황에 저런 말을 하냐고 눈을 반짝였다.

  나도 실은 더럽게 재미없는 사람인데 그의 눈에만 개그맨 뺨치게 웃긴 게 아닐까. 병히의 웃음버튼 모양은 핑크핑크한 하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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