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봄을 데려왔다

봄바람과 산책

by 소담


봄바람인가. 오늘은 찬 공기와 함께 바람이 꽤 분다.

괜히 산책이 하고 싶어 점심시간에 둘레길을 걸었다.


벌써 매화꽃은 향기를 품으며 활짝 피었고, 목련도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바람이 나에게 봄을 데려다준 것만 같다.


바람이 볼을 부드럽게 스치며 순식간에 지나갔다.

문득 우리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도. 삶도 잡을 수가 없다.

기쁜 순간은 영원할 것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고통 또한 지나간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하다.


고통이 영원한 삶도, 기쁨이 영원한 삶도 어쩌면 둘 다 끔찍할 것이다.


그래서일까.

올해 1년은 여느 해보다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보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허투루 보낼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딱 1년만.’

이렇게 시간을 정해 두니 그나마 할 만하다.

이 시간이 끝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것 또한 섬뜩한 일이다.


어떤 날에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내년이 와 있으면 좋겠다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다시 고쳐먹었다.


‘늦바람이 무섭다 ‘는 속담이 있다.

내 나름대로 이렇게 이해해 본다.

많은 경험을 통과한 늦은 나이에 바람이 들면, 그 하나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

젊은 시절의 열정과는 또 다른 방식이다.


지금 나는 상담심리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학사 과정에서 배웠던 전공과는 다른 분야라 작년에는 낯설고 어려웠다.

하지만 1년을 버티고 나니 이제는 제법 재미있다.


논문으로 장애인에 대해 조사할 생각을 하면,

이따금 설레기도 한다.


올 한 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하지만,

지나가는 바람처럼 어느 순간 긴 터널을 빠져나가 있을 나를 떠올리면 조금은 희망적이다.


‘늦바람이 무섭다’는 말을 내 삶에서 다시 정의해 보자면 이렇다.


아이들이 자라고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지금,

나는 오롯이 나의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가 주는 즐거움을 멈추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늦바람이 무섭다고 하나보다.


오늘 바람이 봄을 데려왔듯, 이 시간도 나를 어딘가로 데려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