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도 토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

질문을 이해시키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by 소담

나는 오랫동안 글을 좋아했지만, 작가라는 꿈을 진지하게 떠올린 것은 지금의 일터에서였다. 논술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절에도 글은 늘 내 곁에 있었지만, 지금은 10년째 장애인표준사업장에서 바리스타로서 동료들과 함께하며 글의 새로운 쓰임을 알게 되었다.


매일 아침 근무 시작 전 10분.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 자페스펙트럼장애인등의 장애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작은 원을 이루고 앉아 토론을 한다. 처음엔 단순하게 ’ 자신이 좋아는 것이 무엇인지 ‘, ’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은 적이 있었는지 ‘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질문은 깊어졌다. 그런데 지적장애 직원들은 처음에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질문의 의미를 이해시키는 데만도 한참이 걸렸다. 그러나 그 시간을 지나며, 우리는 함께 조금씩 변해갔다.


조금 더 기다려주고, 질문을 쪼개어 하나씩 던지면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고 논리적으로 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막막해 보였던 친구들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대답을 망설이던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경청하는 법을 배웠고, 기다려주며 인내하는 법도 자연스레 익혔다. 비장애인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했지만, 그 차이는 곧 새로운 가능성이 되었다.


지도하는 방법은 구체적이어야 했다. 질문을 단순하게 바꾸고, 이해할 수 있도록 상황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생각을 정리할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그렇게 천천히 길을 안내하면 아이들의 사고력은 분명히 넓어졌다. 단편적인 대답에서 점점 더 긴 문장을 만들어냈고, 스스로 근거를 붙이며 말하기도 했다. 나는 그 과정에서 “토론은 비장애인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매일 확인했다.


이 변화는 단지 말하기 능력에 그치지 않았다. 자신감이 생기자 가족과의 대화가 길어졌고, 직장 동료들과의 유대감도 두터워졌다. 어쩌면 짧은 10분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가 존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동료로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나는 그 장면들을 하루하루 목격하며, 글로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이 경험을 세상과 나누고 싶다. 장애인 교육 기관에서 일하는 교사들에게, 장애인을 둔 부모들에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장애인도 토론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질문을 기다려주고, 답을 이끌어주며, 서로의 생각을 존중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모두 성장할 수 있다.


내가 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다만 내가 본 변화와 가능성을 글로 기록해 세상에 전하고 싶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장애인과의 대화를 조금 더 기다려주고, 한 번 더 묻고, 끝까지 답을 들어주기를 바란다. 그 작은 실천이 모여 또 다른 삶을 바꾸는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꾸는 작가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