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서 가능한 인내인지, 가족이라 더 힘든 건지

환자만 아픈 게 아니다. 간병은 옆사람 마음도 지치게 만든다.

by 안온


뇌경색 이후, 아빠는 한 번에 많은 약을 먹다 보니 간수치가 높아져 간보호제를 먹게 되었다.

혈압도 높아져서 약 하나가 더 추가됐다. 싱거운 병원밥을 먹고, 병원에서 큰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텐데 (내 생각일수도 있지만) 왜 혈압이 167까지 올라가는 걸까?


2분기 업무보고 중에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주먹을 쥐었다폈다할 때, 관절과 손목이 아프다고 했다. 그래서 정형외과에 가보자고 했다. 단순 관절 후유증인지 아니면 손이 저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혹시나 추가 발병한 것은 아닌지 무서웠다. 아스피린은 예방약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다음 날 연차를 내기로 했다.

부장님께 쭈뼛쭈뼛 눈치를 보며 말했다. 10년이 넘었는데 왜 아직도 나는 눈치를 보는 걸까? 내일은 병원에 가자고 아빠한테 말했다. 근데 또 아프지 않다고, 본인이 언제 병원 가자고 했냐고 말한다.


몇 시간 뒤, 동생한테는 손이 저리고 통증을 느낀다고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정형외과가 아니라 신경과를 가봐야 할 것 같다고 아빠가 직접 말했다고 한다. 정확하게 설명해 달라고 아빠한테 말했다. 아빠가 설명하지 않는다면 모르니, 아픈 곳을 집으라고 했다. 어린아이의 지능이기에 설명을 못하는 건 당연한데 나도 모르게 또 화를 내고야 말았다.


혹시 치매가 온 건 아니겠지? 하는 불안감이 스쳤다.

지난달에 검사할 때는 치매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여전히 말은 어눌하고 사칙연산, 단어 설명하는 건 어려워한다. 정녕 아빠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를 하고, 자동차 부품을 외워서 판매했던 사람이 맞을까?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회의 중에 눈치 보면서 계속 왔다 갔다 하니 짜증이 확 밀려왔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났다.

그냥 이 상황이, 순간이 그렇다.

그저 너무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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