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의 승진 마일리지 vs. 120일의 선택
아빠가 재활병원에 입원한 지도 어느덧 3개월이 되어 간다.
처음엔 하루하루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우리 가족 모두 조금씩 이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중이다. 함께 힘을 모아 여기까지 잘해왔다고 믿는다. 조금씩 회복되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집으로 모셔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다음엔,
"누가, 어떻게 돌볼 수 있을까?"였다.
엄마는 아빠가 다시 집에 왔을 때 언제든 일할 수 있도록 아빠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언니는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남동생은 아빠 간병과 함께 올해 7월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있다. 나는 올해 첫 차장 승진 도전이다.
누군가 한 명, 아빠를 돌봐야 한다면 그건 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너야? 라고 물으면 대답할 수는 없다. 아무도 나한테 하라고 한 적은 없지만 그냥 나일 것만 같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노치원에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아빠가 다시 일상생활에 적응하는데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빠를 대신해 사업을 이끌어가는 엄마도 점점 지쳐가는게 보였다. 내가 무얼 해줄 순 없지만 옆에서 잔심부름이라도 해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 남편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돌봄 휴직... 너 한번 써보는 건 어때?"
그 말이 단지 말뿐이었다 해도 너무 고마웠다.
내가 말 꺼내기도 전에 먼저 생각해 줬다는 게, 그 마음 이 참 따뜻하게 다가왔다. 나라면 바꿔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 그걸 쓸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것도 이 시점에 와서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에게는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아니까.
동시에, 머릿속 계산이 따라왔다.
차장 승진 도전을 위해 3년간 쌓아온 승진 마일리지가 이 결정 하나로 모두 사라질 수도 있다.
4년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고, 2세 계획까지 겹 치면 10년은 승진이 늦어질지도 모르겠다.
정말 중요한 건 뭘까?
아빠를 위해 120일을 쓰지 못한 것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면, 그게 더 후회 아닐까? 사실 답을 알고는 있는데, 행동할 용기가 없는 건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