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병원생활을 끝내며

by 안온

드디어 아빠가 퇴원하는 날이다.

그간 있었던 일을 정리하자면 크게 5가지다.


1. 가족 돌봄 휴직에 들어갔고, 4개월간 회사는 내려놓고 가족 챙기기에 집중하고 있다.

2. 집 내부/외부 인테리어는 마쳤기에 아빠의 퇴원시기도 확정했다.

3. 삼촌의 간암수술 역시 잘 끝났다.

4. 가족의 소중함을 확실하게 느낀 것을 계기로 미뤄왔던 2세 계획을 조금 앞당겨 난임병원 예약을 잡았다.

5. 조카 또한 무럭무럭 잘 자라 다음 달이면 100일을 맞이한다.


가끔 돌이켜보면, 회사 일과 가족 돌보기를 병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조금 더 멘탈이 강했더라면, 이런 상황들을 스트레스 받는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언젠가 일어날 일이 한번에 온 거라고, 그저 쳐내가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다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나 너무 엄살 부린 건가? 앞으로의 삶은 이것보다 더한 일이 다가오면 다가왔지 덜한 일은 없을 텐데 등등.

심리적으로 쫓기는 게 적어지다 보니, 너무 좋았다가도 이렇게 여유롭게 살아도 되나? 싶다.

그동안 나 자신을 얼만큼 꽉꽉 채워가며 살아왔기에, 이 한 달의 여유가 사치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왜 스스로를 착취하지 못해 안달인걸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가 고장난 것 같다.

그렇기에 이 시기만큼은 해야 하는 일들이 아닌 하고 싶은 일들로 채워 넣고 싶다. 아니, 아무 목표 없이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들로 보내고 싶다.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드라마 보기, 잠 많이 자기, 게임하기, 웹툰 보기, 먹고 싶을 때 먹기 등 다 해보고 싶다.


물론 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무언가 비워내야 또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조금은 비워내고, 덜어내고, 내려놓으면서 그간 너무 꽉꽉 채워서 고장난 나의 마음도 고쳐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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