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합격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 중독된 것은 아니었을까
23년 3월 27일부터 32회 노무사 1차 시험 접수가 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접수하지 않기로 했다.
아니 자격증 시험을 포기하기로 했다. 16년, 20년 공부를 하고 각각 이듬해 1차 시험에서 두 번 떨어졌다. 그리고 숨 고르기 1년이 지난 후, 23년도 시험을 끝으로 이 길이 맞는지 확인해보려 했는데 시험장에 갈 필요조차 없어졌다.
자신이 없었다.
1차를 합격한다고 해서 내가 과감히 2차에 올인할 수 있을까? ‘나는 회사에 올인하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컸던 것 같다. 회사 밖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 삼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나는 시간 아껴가면서 퇴근 후에도 놀지 않고 무언가 하고 있어’ 단순히 이 뽕에 취해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이 늘어만 갔다. 스트레스받아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업무 효율도 점점 떨어져만 갔다. 공부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에 소홀하다는 이야기도 듣기 싫었기에 업무시간에는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이도저도 아닌 모양새였다. 공부에 집중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회사를 놓지도 못하는 형국이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몸도 마음도 따라주지 않고 버거웠다.
1차 시험 접수의 마지막 날, 두 권의 책을 버렸다.
쌓아온 애정이 있기에 한 번에 버리지는 못했다. 비록 자격증 취득이라는 성취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후회는 없다. 덕분에 회사 내 노무 규정에 대해 동료들보다 더 빠르게 이해할 수 있었고, 회사 노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계약 업무가 많은 우리 팀 특성상 계약 담당자가 추후 법률오해 소지가 없는지 검토하는 일이 잦은데, 민법 공부 덕분에 내 일이 아닐지라도 어떻게 일이 돌아가는지 이해하기가 용이했다.
애증의 노무사시험 준비였다.
그래도 그 공부한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따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더 이상 미련 갖지는 않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