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남자친구랑 결혼 이야기는 좀 해봤어?
후배 : 음 근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뭔가 결말이 보이는 것 같아서 꺼내기가 싫어요.
나 : 그래도 둘 사이에는 되게 중요한 시점이고 꼭 해야 할 말이잖아.
후배 : 그 이야기를 꺼내지만 않으면 저희 되게 좋은데, 그 생각만 하면 우울해요. 솔직히 도 피하는 것 같아서 제가 먼저 이야기 꺼내기도 그렇고.
나 : 아니 근데 00아, 나 결혼 준비할 때, "어떻게든 되겠지" "에라 모르겠다"라고 누가 물어보면 저렇게 말했는데,
특히 좀 무거운 문제 (집 구하기, 경제적 자립)에 있어서 이 부분이 심했던 것 같아. 뭐랄까? 중요하지만 꺼내기 쉽지 않은 주제기에 무의식적으로 회피한 것 같달까? 이런 모습일 때마다 친언니가 '너의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를 왜 이렇게 쉽게 생각해?"'라고 말해줬어. 공부나 일적으로는 척척해나가는 애들이 막상 연애/결혼에 대해서 유독 취약한 거 같대.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분야니까 두려움 때문인지 회피하는 거 같다고. 근데 너를 보니까 예전 내 모습이 보여서 그래.
후배 : 이런 생각하면 너무 깝깝해요. 아홉수인가,,, 이 시기에는 왜 이렇게 내가 판단하고 그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걸까요.
나 : 19살에는 수능과 성인이 된다는 두려움과 설렘 사이, 29살에는 바뀌는 환경에 대한 것들, 아직 나는 어린데 벌써 서른 살이 넘어가고 해결되지 않는 것들로 30살 31살이 넘어가네 이런 것 말이지?
후배 : 하,,, 그렇지만 저는 29살이 넘었는데! 나이가 먹을 만큼 먹었는데!
나 : 어쩔 수 없어 인생이 다 어리바리~ 요지경 투성이~ 29살이 지났다고 해서 저 인생의 문제들을 바로바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니까! 19살이야 뭐 수능 보고 어버버버 술 마시고 새로운 친구들이랑 놀면 되는데 30대의 시작은 또 다르니깐!
후배 : 얼레벌레,,, 의ㅠ인생을 3번, 4번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게임같이 리스타트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여하튼 잘 생각해 보라고~ 결혼해도 아오 짜증 나, 이럴 때 엄청 많아.
후배 : 그러면 안 하는 것도 방법일지도? 삐딱선을 타본다.
나 : 일단 안정성을 추구하고 싶어서 결혼한다, 이건 다 거짓말이야.
후배 : 반려인을 키운다는 생각으로는요? 이 피폐하고 질한 삶을 오늘같이 비 오는 날 막걸리 같이 한잔 마셔줄 수 있는 사람
나 : 그렇지 그런 삶의 취향이 맞는 사람,
후배 : 직장에서 킹 받는 일이 있을 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나 : 유머코드가 맞는 사람 그러면서 나와 삶의 전반적인 가치관이 맞는 사람. 물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결혼했는데, 취향 안 맞을 때 엄청 많고 직장에서 킹 받았는데 집에서 킹 받게 할 때 많고, 가치관 맞는지 알았는데 이렇게 안 맞는다고? 내가 알았던 저 인간은 뭐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는 걸...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삶의 경험의 폭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감수성을 넓혀 주는 건 맞아.
결론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