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위로

by 소단

중국에서 가장 가까운 벗이라고 여겼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가족처럼 생각했던 룸메이트가 나의 소중한 물건들과 생활비를 훔쳐간 것이다.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가있었다.

돈도 없었고 정신도 없었다.

어디로든 떠나야만 했다.


발길 닿는 곳으로 우선 기차표를 샀다.

대련에 잠시 머물다 청도에 있는 친구를 만나려고 배편을 샀다.


커다란 배에서 한 가족을 만났다.

당시 한류 열풍으로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연예인 보듯 좋아했다.

아이들도 마치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인 듯 잘 따랐다.


늦은 오후 청도에 도착하니 친구 집으로 가는 버스 편이 끊겼다.

그 가족은 스스럼없이 본인들 집이 가까우니 하루 자고 내일 버스로 가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한 용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들의 망설임 없는 호의에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함께 도착한 곳은 여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옹기종기 살아가는
중국 서민들의 평방(平房) 형태의 집이었다.
중국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 없는 공간이었다.


작은 상 앞에 둘러앉아 우리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금세 차려지는 소박한 요리들과 오가는 웃음 속에서


나는 그 일을 겪은 후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다.

그들의 넓은 마음에 좁아졌던 내 마음이 다리를 폈다.


우리는 가장 가깝다고 여긴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가장 낯설다고 여겼던 사람에게 호의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의 상처를 설명할 필요조차도 없는 우연한 위로가 따스한 기억으로 남는다.


그들의 넓은 마음에 좁아졌던 내 마음이 다리를 폈다.

우리는 종종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서 무너지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우연히 위로를 받는 경우가 있다.


아무 조건 없는 환대는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나게 된다.

여행지의 낯선 곳에서 우연히 다가온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 하지만

어쩌면 낯선 곳의 환대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떠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감사합니다..

외로운 나날을 보냈는데..

좋은 하루 보내세요!"


짧지만 간단한 인사가 나의 마음을 툭 건드리고 지나간다.

이메일 서비스를 하며 받은 독자의 메일이다.


그 사람이 거주한다는 도시의 날씨를 찾아보게 된다.

영하 30도가 가까운 한파에도 따뜻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보낸다.


일상에서도 여행이 필요하다.

참을 수 없을 만큼 견뎠는데 당장 어디론가 떠날 수 없을 때,

나는 서점으로 갔다.


서점 속 책들에서 세계 곳곳으로 떠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실컷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걱정은 툴툴 털어내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점을 나왔다.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은.


나의 오늘 편지가 누군가에게 우연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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