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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똥구리 Dec 25. 2023

우리라도

  신혼을 보냈던 후곡마을 12단지 아파트는 작지만 아름다웠다. 창밖에 호두나무가 삼층 베란다 난간까지 올라와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 같았다. 게다가 그곳은 아들과 딸이 태어난 곳이니 더욱 애틋하다. 요즘도 12단지를 지날 때면 살던 집과 호두나무를 바라보게 된다. 


  12단지 아파트는 전면주차가 잘 되는 편이었다. 1층 아파트 바로 앞은 특히나 그랬다. 다만 아파트 사이 주차장에는 화단도 없고 키 작은 관목만 경계를 짓고 있어 후면주차를 하곤 했다. 아들과 마트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사이 주차장 한 곳에 빈자리가 있어 후면주차를 하려고 했다. 열 살 아들이 갑자기 


  “아빠, 전면주차 해야지!”하였다.


  나는 아들이 기특하였지만 “여기는 후면주차해도 괜찮아. 다들 후면주차 했잖아”라고 말하며 계속 후면주차를 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아빠, 여기 나무들 있잖아. 우리라도 해야지!”


  순간 차를 멈추었다. 아들 말이 맞는 말이었다. 차를 돌려 전면주차를 하였다. 아빠는 남들 하는 대로 적당히 맞추어 가며 살려고 하는데, 아들은 ‘우리라도’ 올바르게 살자 한다. 열 살 어린 아들이 고맙고 기특하다. 

(15.6.16, 23.12.24)



                                                                                                    ⓒphotograph by soddongguri(23.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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