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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가은 Dec 17. 2023

새로운 융합세포의 탄생

〈핵개인의 시대〉,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변화하는 겁니다.

"오늘의 시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국가와 회사, 가족이라는 전통적 집단의 내부 결속력 약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 가운데 파편화되어 부유하는 특성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사선택하고 융합하는 주체적인 개인이 다수 출현하겠습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1인용 세계관을 구축하고 정체성을 강화해나가는 개인들, 즉 '핵개인'들이 미치는 영향이 사회 전반에서 관측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욱 더 확대될 전망입니다."


예보의 사전적 의미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림, 또는 그런 보도'이다. 구체적인 데이터와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예언이나 예지와 구분된다. 그런 면에서 〈시대예보〉는 이 책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제목이다. 이 책은 저자가 마인드마이닝(mind mining)을 통해 얻은 사람들의 생각, 표현,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서 앞으로의 시대를 예보한다. 마치 기압과 풍향, 기온 데이터로 날씨를 예측하는 일기예보처럼.


책에서 말하는 핵개인의 탄생은 마치 세포 융합의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개인을 둘러싼 사회적 테두리, 즉 국가와 회사, 가족이라는 세포벽이 제거되고 세포핵에 해당하는 개인의 역할만이 남는다. 이렇게 남은 '핵' 중에서 원하는 특성을 가진 것끼리 융합하면 새로운 융합세포 '핵개인'이 탄생하는데, 이 융합세포는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종으로서 기존 세포를 훨씬 뛰어넘는 창조성과 생산성을 갖는 파괴적 신종이 되는 것이다.


창조적 잡종, '핵개인'의 탄생 (출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시대예보〉가 일기예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단순히 "핵개인은 이러한 배경에서 출현했고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라는 설명과 예측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그들로 인해 우리 사회는 다양성과 창조성이 확장된, 더욱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라고 낙관적으로 전망으로 끝맺는다는 점이다. 이 책은 시대의 흐름 안에서 이미 세상에 출현한, 그리고 앞으로 출현할 한 명 한 명의 핵개인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로도 읽힌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필자는 기존의 가치관으로 판단할 때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다. 일과 관계, 생활을 100%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는 지금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인생의 중요한 전환기를 앞둔 시점에 때때로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다들 잘 적응하는 사회에서 나만 이상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이 말해주었다.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시대가 변화하는 겁니다"라고.




프롤로그 | 쪼개지는, 흩어지는, 홀로 서는

'지능화'와 '고령화'는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 변화 방향을 나타내는 중요한 축이다. 지능화로 인해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지며 독립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강해졌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사람들의 생애주기가 달라지며 기존에 생존을 보장하던 조건들이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배경으로 탑다운(top-down)의 권위주의 시대가 저물고 각자도생의 상호 네트워크 시대가 도래했다.


제1장: K는 대한민국이 아니다

기생충과 미나리, BTS와 블랙핑크. 메인스트림을 넘어 세계인의 선망이 된 된 K의 범주를 고찰한다. 경계를 설정하는 기준은 절대적이지 않고, 가변적이며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기에 시점에 따라 현행화가 필요하다. 어디까지를 K-컬쳐로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지금의 K는 국적이 아니라 스타일이자 공감대라는 것이다.


제2장: 코파일럿은 퇴근하지 않는다

AI는 24/7 일한다. 사용료가 저렴하고, 복제가 가능하다. 심지어 인간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기도 한다. CHAT 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것이 시간 문제인 시대, 이제 인간은 부조종사이자 비서가 될 AI와 합을 맞추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AI 대체 가능성에 따라 인간 능력의 순위는 시시각각 재조정될 것이고, AI를 협업의 대상으로 잘 활용하는 개인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제3장: 채용이 아니라 영입

조직이 개인의 생존을 보장하지 않고, 개인이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 시대. 개인의 유동성과 조직의 역동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신입 교육과 장기 근속은 사라지고 전문가 영입과 자유로운 이직이 확대된다. 언어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직원이 아닌 '구성원', 채용이 아니라 '영입'으로. 개인이 생존에는 수치화된 업적이 아닌 결과물이 동반된 경력과, 그 경력을 만들어 온 과정으로서의 서사가 중요해진다. 


제4장: 효도의 종말, 나이듦의 미래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이연된 보상'이다. 지금 노력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면 언젠가 나중에 보상 받을 수 있다는 암묵적인 약속이다. 그러나 시대가 요동치고 약속이 지켜질지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사람들은 약속을 거두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족 간 돌봄 기능의 약화이다. 이러한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위치에 놓인 약자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제5장: 핵개인의 출현

자신에게 주어진, 혹은 떠맡겨진 역할을 거부하고 스스로 정체성을 선택하여 원하는 삶을 구성한다. 전통적 집단에 대한 소속감은 느끼지 않지만 관계와 유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취향과 삶의 방향성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자발적으로 느슨한 연대, 커뮤니티를 구성한다. 모두가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시대,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은 나의 성장과 좌절의 과정이 진정성 있게 담긴 고유의 서사(narrative)이다.


에필로그 | 인정 강박, 경쟁하지 않는 사회를 위하여

가상의 타인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끊임 없이 평가를 의식하는 삶은 불행할 뿐이다. 서로를 이기려는 경쟁,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자신만의 지향점을 세워 삶의 트랙, 독립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 교보문고 | 2023. 9. 25.

"학벌 인플레이션, 돌봄 과도기, 투명 사회, 과잠 계급, 효도의 종말, 이연된 보상 등 지금 시대를 살펴본다. 동시에 한국인보다 서울러, 5분 존경 사회, 글로벌 계급장, AI 동료, 마이크로 커뮤니티, 미정산 세대 등 앞으로 우리가 맞이할 핵개인 시대를 예보한다. 이제 옷차림을 위해 한 철의 기상을 알려주는 일기예보가 아닌, 내 삶을 대비하기 위한 더 큰 호흡의 ‘시대예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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