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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y 13. 2021

어릴 적에도 어른이 돼도 무섭고 싫은 곳

이런저런 이야기 103

  어릴 적에도 어른이 된 지금도 갈 때마다 적응이 안 되는 무섭고 싫은 곳에 왔다.


  엊그제부터 오른쪽 아래 어금니 쪽 잇몸이 슬슬 아프더니 오늘은 전체적으로 엄청 붓고 아파서 음식을 씹을 수도 없다. 머리도 아픈 것 같고 열도 나는 것 같다. 약국에서  지어온 약도 소용이 없어 안 되겠다 싶어 치과에 온 것이다. 잇몸이 이 정도로 부을 수 있다는 걸 처음 겪었다. 


  9시 정각 치과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다. 오호 오늘따라 사람도 없고 웬일이지? 혼자 일찍 온 보람이 있다며 기분 좋아하고 있는데 간호사님이 지나가면서 열 시부터 진료 시작이란다. 진료시간이 언제부터 바뀌었지? 쩝.


  어차피 예약환자가 먼저니 기다릴 거 같아 책도 챙겨 왔겠다 비록 잇몸은 아파 힘들었지만 여유롭게 책도 보고 브런치 글도 보면서 한 시간을 기다렸다. 다행히 내 앞에 예약환자 다음 두 번째로 진료를 보았다.


  진료의자에 앉아 두 손을 겹쳐 공손히 배 쪽에 올리고 양손을 꽉 붙잡았다. 치과만 오면 나도 모르게 공손해지고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끙. 역시나 치석이 원인이었고 선생님이 오늘은 스케일링을 하고 다음 주에는 어금니 쪽 신경치료도 하자신다.


  잇몸이 아픈데 스케일링을 하니 너무 아파 죽을 맛이다. 처음에는 하도 긴장을 해서 입을 벌리는데도 입 주변에 힘이 들어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모든 걸 다 포기하고 힘없이 선생님께 내 모든 걸 다 맡겨 놔 버렸다.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멍하니 힘을 다 빼고 있다 보니 선생님이 오히려 스케일링하는데 편하시단다. 쩝.


  30분 동안 영혼이 탈탈 털린듯한 기분으로 스케일링을 끝냈다. 선생님은 고생했다며 다 끝났으니 가도 좋단다. 엥? 잇몸이 아픈데 그냥 가라니요. 선생님께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잇몸이 너무 아프니 약을 지어달라고 징징거려서 약을 받아왔다.


  집에 와서 부드러운 죽을 조금 먹고 약을 먹고 푹 자고 일어나니 아주 조금 살 것 같다. 오늘 또 잇몸에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치과는 언제 가도 역시 무섭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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