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4기를 진단받은 엄마는 병원에서 항암치료 1차를 하시다 중단하셨다. 부작용이 심해서였다. 그렇게 병원에서 보름간 입원생활을 하셨다. 폐에도 전이가 되어 물이 차서 배액관도 꽂고 계셨다.
입원 중에 엄마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인지 섬망증상이 조금씩 나타났고 집에 가게 해달라고 자주 떼를 쓰셨다.
추석날이 되자 잠시 퇴원을 해도 좋다는 의사 선생님의 허락을 받고 친정집으로 가셨다.
그리고 나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해서 엄마의 항암치료를 좀 더 해보기로 했다. 엄마를 설득해 남편의 친구가 의사로 있는 곳으로 남편이 차를 몰아 엄마와 함께 상담을 다녀왔다. 입원예약까지 다 마치고 남편과 나는 우리 집으로 엄마를 모셔왔다.
우리 집에서 옮길 병원까지의 거리가 딱 1시간 거리였고 친정집이 아닌 우리 집에 모셔와서 맛있는 것도 많이 해드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 친정식구들 아빠와 오빠 조카도 엄마가 계시지 않을 때 쉬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는 입원하기 전까지 일주일간 우리 집에 계셨다. 남편은 엄마를 위해 삼계탕, 전복죽, 꽃게탕, 부대찌개, 수제치킨 등등의 요리를 해드렸다. 아이들은 할머니와 보드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과 동영상도 많이 찍어 두었다. 그동안 애들 사진과 동영상만 찍고 부모님들 사진과 동영상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참 못난 자식이다. 지 새끼들만 챙기느라 정작 지 부모님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별로 없다는 걸 이제야 알다니. 참 부끄럽다.
그리고 입원전날이 되었다. 엄마는 너무나 온순하고 조용하게 잘 계시다가 갑자기 돌변을 하시더니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시면서 집으로 갈 거니까 아빠를 빨리 불러달라 하셨다.
나는 조분조분 설명을 드렸는데 엄마는 막무가내셨다. 무조건 집에 갈 거고 병원치료는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엄마에게 소리를 질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소리를 질러야 했다. 화를 내야 했다.
"엄마, 상담 다 받고 치료 잘 받으신다며.
엄마, 치료 안 받으면 죽어.
엄마가 딸이고 내가 엄마라면 엄마가 딸을 죽게 그냥 놔두겠어?
온 가족들 마음을 왜 이리 몰라주고 힘들게 해?
엄마가 집에 있는 게 가족들이 더 힘들어."
라며 미친년처럼 한 시간 동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엄마와 싸웠다.
엄마는 놀라셨고 화를 내셨고 내가 변했다고 하셨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더 크게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엄마가 집에 가겠다였다. 나는 일단 포기를 해야 했고 며칠간의 시간을 드리기로 했다.
그래서 남편이 엄마를 자가용으로 세 시간이 걸려 집에 모셔다 드렸다. 그날이 연휴마지막 날이라 차가 더 막혔다.
엄마를 어떡해야 할까? 하아. 고민 중이다.
아이들과 빙고게임 중인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