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저희 집에 일주일을 계시면서 엄마는 7살 둘째가 유치원에서 가을소풍을 다녀온 사진을 보셨습니다.
엄마는
"와, 내가 소풍을 가본 지가 언제니? 소풍 가면 정말 좋겠다."
라고 하시더니 조만간 김밥을 말아 소풍을 가자고 하셨어요.
너무 좋은 생각이라고 엄마의 말에 맞장구를 치고 나서 엄마와 꼭 소풍을 가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어디로 소풍을 갈지, 김밥 말고 어떤 걸 더 만들어서 갈지 다 생각해 두었죠.
그런데 엄마가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혼자서만 소풍을 떠나셨습니다. 저 하늘로 말이죠. 같이 가기로 했는데 엄마 혼자 가셨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엄마가 너무 밉고 화가 나고 속상하고 슬프네요.
71살. 아직은 젊으신 나이인데 너무 일찍 가버리셨습니다.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신 것 같고 두 시간 반 거리의 친정집에 계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항암치료를 받지 않겠다던 엄마는 집에 계시면서 가정호스피스를 신청해서 치료를 받으시다가 폐 쪽이 급격하게 나빠져 집에서 5분 거리인 호스피스에 입원하셨고 입원 후 4일 만에 주무시듯 돌아가셨습니다.
마지막 임종을 저와 오빠가 지켰는데요. 긴 호흡을 후우하고 뱉으시더니 주무시듯 평안하게 돌아가셨습니다. 엄마의 모습이 정말 너무 편안해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었고 감사하더군요.
엄마가 숨을 거두시고 5분 후 도착한 아빠와 조카는 엉엉 울었고 온 가족이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갑작스럽게 돌아가셔서 상조회사, 납골당, 장례식등을 정신없이 치렀네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오셔서 엄마의 마지막 길을 함께 해 주셨습니다.
오신 분들 모두 같은 얘기를 하시더군요. 주무시듯 돌아가신 것, 병원에서 오래 계시지 않은 것, 고통을 오래 겪지 않으신 것들이 다 축복이라고요. 엄마가 덕을 많이 쌓으셔서 그런 거라고요. 어쩜 그렇게 평소 성격대로 깔끔하게 돌아가셨냐고 하시더군요. 자신도 힘들지 않게, 가족들도 힘들지 않게 그렇게 돌아가신 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몸살기가 심해 영양제를 3일이나 맞았습니다. 그리고 요즘 거의 매일 수도 없이 우는 것 같습니다. 그냥 엄마 생각을 하지도 않았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툭 하고 떨어집니다. 주변 지인들이 한 달은 넘게 그럴 거라고 하네요.
3일장을 치르는 내내 날씨가 좋았고 따스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위로해 주셔서 감사거리들이 정말 많습니다. 엄마가 천국에서 편안히 계시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오늘 오랜만에 혼자 있었습니다. 남편은 출근을 하고 아이들은 학교와 유치원에 가고 나서 말이죠. 바람이 거세게 불다가, 비가 오다가, 해가 떴다가, 흐리다가 아주 변덕스럽고 궂은 날씨였습니다.
혼자 있어서 그랬는지, 우울한 날씨 탓이었는지, 엄마가 저희 집에 있던 모습들이 떠올라서 그랬는지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나서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울다가 '이제 그만 울어야지. 엄마가 위에서 보면 슬퍼하시겠다.'라며 눈물을 닦고 창밖을 보는데 아주 잠깐 무지개가 뜨더군요. 엄마가 하늘에서 울지 말라고, 우울해하지 말고 웃으라고 보내주신 선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가 참 보고 싶습니다.
엄마가 참 그립습니다.
엄마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엄마의 따스한 손을 잡고 소풍을 가고 싶습니다.
"엄마, 하늘에서 우리 잘 보고 있지? 열심히 잘 살게요. 잘 봐줘요. 사랑하고 고맙고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