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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11. 2023

독감인데 독감약을 못 먹는다니

이런저런 이야기 190

2주 전 초등 6학년 큰 딸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몸이 안 좋았다. 열이 38도가 넘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목이 아프다고 했다. 병원에 가서 독감검사를 하니 바로 나오는 두줄. 독감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내가 39도가 넘었다. 딸의 증상과 똑같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목도 아팠다. 역시나 독감이려니 하고 병원에 갔는데 독감키트는 한 줄이었다. 선생님은 그냥 감기라며 감기약을 처방해 주셨다. 하지만 열은 잡히지가 않았다.


다음날 남편과 7살 둘째도 독감증상이 있어 병원에 가니 독감이었다. 딸이 독감에 걸리기 전날 우리 집에 놀러 온 22살 조카도 감기증상이 있어 오후에 나와 함께 병원에 가서 독감검사를 했다. 조카와 나는 독감키트가 한 줄로 나와서 독감이 아니란다.


조카는 미열이었지만 나는 열이 계속 38도이고 기침이 너무 심해 피맛이 날 정도였다. 안 되겠다 싶어 다니던 내과에서 수액을 맞았다. 수액을 맞으니 그나마 좀 살 것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다시 열은 올랐다.


어릴 적 폐렴에 걸린 적이 있어 폐렴이 아닌가 싶어 큰 병원까지 갔는데도 폐렴은 아니란다. 아니, 독감도 아니고 폐렴도 아니면 난 도대체 뭐냐고 의사선생님게 물었다. 열을 어떻게 잡아야 하냐고 했더니 독감에 이미 걸려서 점점 나아가고 있는 중이란다. 이걸 믿어야 하는 건지. 쩝.


그리고 나처럼 이렇게 독감인데 독감키트에는 음성으로 나오거나 늦게 나오는 사람들이 100명 중에 1명 꼴로 있단다. 나는 특수체질인 건가?


다음날 역시나 몸이 너무 힘들어서 원래 다니던 집 근처 내과에 갔다. 선생님께 큰 병원에 갔는데도 폐렴이 아니라는데 나 좀 살려달라고 했다. 열이 안 떨어지니 너무 힘들고 미치겠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다 독감이니 독감약을 그냥 주시면 안 되냐고 하소연을 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독감키트를 한번 더 해봐서 흐리게만 나와도 독감약을 주겠다고 했다.


15분 정도를 기다렸는데 나보다 선생님이 더 기뻐하는 목소리로 "독감이에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독감약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셨다. 독감인데 독감약도 못 먹고 5일이나 생고생을 했다. 하아. 진짜 너무 힘들었다.


타미플루를 먹자마자 다음날 열이 조금씩 잡히더니 회복이 되었고 지금은 기침만 조금 하는 편이다. 그리고 조카는 나처럼 마지막으로 한번 더 독감검사를 하러 갔는데 열도 내리고 독감증상도 거의 없어져서 선생님은 독감검사조차도 해주지 않으셨다. 그리고 조카에게 하는 말.

"슈퍼면역자세요."


나, 남편, 딸, 아들 모두 독감인데 혼자 살아남은 조카는 진정 슈퍼면역자가 맞나 보다. 그나저나 괜히 우리 집에 놀러 왔다가 감기만 걸렸다가 가서 애달프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이번 독감은 정말 너무너무 독하고 무섭고 힘들었다. 이번에 걸린 독감이 A형 독감이라는데 설마 B형 독감에 또 걸리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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