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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n 12. 2024

너무나 고마웠던 냉동 김치부침개

이런저런 이야기 197

엄마가 돌아가신 지 7개월이 넘었다. 오늘 저녁메뉴 중 김치부침개가 있었는데 김치부침개를 보며 돌아가신 엄마가 떠올랐다.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즈음, 우리 집에서 일주일정도 머무르신 적이 있었다. 타 병원으로 전원 하기 전에 우리 집에 며칠 계시기로 해서 남편과 나는 이런저런 맛있는 음식, 몸보신이 되는 음식들을 매일 매끼 해드렸다.


삼계탕, 수제치킨, 추어탕, 해물탕, 부대찌개, 닭 한 마리 등등 다양한 요리들을 만들어 드렸다. 항암치료 이후 통 입맛이 없으셨고, 몸에 힘 좀 나게 해드리려고 열심히 요리를 했다.


우리 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던 엄마는 잠이 안 오신다고 하시더니 김치부침개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고 하셨다. 내가 부엌으로 가서 해드리려고 하자 엄마는 다음날 해달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엄마한테 바로 해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김치가 별로 없었다. 나이는 40대 후반이지만 아직 김치를 담아본 적이 없고 늘 시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김치를 얻어다 먹었다. 그런데 하필 딱 그때 김치가 없어 김치부침개를 해드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번쩍 든 생각. 냉동실에 있는 냉동 김치부침개가 생각났다. 창고형 매장에서 시식을 해보고 맛있어서 사둔 냉동 김치부침개였다.


에어프라이어에 10분 정도 돌리니 바삭하고 맛있는 김치부침개가 되었다. 엄마한테 갖다 드렸더니 후다닥 뭐가 이리 빨리 해왔냐며 놀라시면서 좋아하셨다. 엄마에게는 시중에서 파는 냉동 김치부침개라는 말은 하지 않고 내가 만든 부침개라고 해서 드렸다.


엄마는 맛있게 냉동 김치부침개를 두 장 드시고 콜라까지 드신 후 잠이 드셨다. 어찌나 맛있게 드시던지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집김치를 넣어 반죽해서 직접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래서 김치부침개를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가 우리 집에서 마지막으로 맛있게 드신 음식이라 그런가 보다.


냉동 김치부침개를 만드신 사장님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엄마의 입맛을 사로잡아주어서. 그리고 김치부침개를 볼 때마다 엄마를 떠올릴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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