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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Nov 11. 2024

작년에 돌아가신 엄마가 준 선물

이런저런 이야기 200

며칠 전 친정에 다녀왔다. 아빠의 생신을 축하해 드리러 남편, 아이들과 함께 갔다. 남편이 만든 동파육과 사가져 간 양장피와 케이크, 그리고 아빠가 좋아하시는 회를 가져가서 친정가족들과 맛있게 먹었다. 오빠가 끓인 미역국도 최고였다.


엄마가 계시지 않아 먹거리 걱정을 많이 했는데 워낙 손재주가 좋은 오빠라서 그런지 모든 요리를 척척 맛있게 잘해서 다행이다. 오빠를 닮아서 그런지 오빠의 딸인 22살 조카도 요리를 잘한다.


친정에는 이렇게 아빠와 오빠 그리고 조카까지 세 식구가 산다. 아, 엄마가 돌아가신 후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데려온 고양이까지 네 식구가 잘 지내고 있다. 엄마의 빈자리를 고양이가 그래도 채워주는 듯하다.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나서 늘 올 때마다 하는 안방 정리를 했다. 엄마가 아빠와 함께 쓰시던 안방 정리는 할 때마다 정리하고 버릴게 나온다.


먼저 아빠의 옷장을 열어 정리를 해드렸다. 오래된 약도 버리고, 쓰지 않는 물품들도 버렸다. 엄마가 돌아가신후 정리를 하지 않은 기억이 나서 침대옆 3단짜리 작은 서랍장도 열어보았다.


관리비와 공과금 영수증들이 있었다. 그리고 깜짝 놀랄 것이 들어 있었는데 엄마가 평소에 쓰던 메모지와 손바닥만 한 수첩이었다.


이면지를 4등분 해서 자른 메모지를 만들어두신 뭉치더미에서 엄마의 글씨체가 적힌 서너 장의 메모지를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돌아가신 엄마를 만난 것처럼 기쁘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했다.


수첩에는 친척과 지인들의 연락처들이 있었고, 티브이를 보다가 적어두신 음식 레시피와 엄마가 잊지 말아야 할 다양한 정보들이 적혀있었다. 엄마도 치매가 온다는 걸 느끼셨는지 수첩 중간 즈음에는 치매에 좋은 음식과 치매 예방법도 적혀 있었다.


엄마의 메모를 읽으면서 그냥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리워서. 괜히 엄마의 수첩을 쓰다듬어 보았다. 엄마를 느끼고 싶어서.


엄마가 글씨 쓰는 모습은 절대로 볼 수 없겠지만, 엄마의 글씨체는 그래도 잊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 수첩과 메모지는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꺼내 보게 될 목록 중 하나가 되었다. 엄마가 남긴 선물 같아서 좋다.




엄마의 메모지와 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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