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활활 타오르는 화산처럼 마음이 끓어올라 글을 쏟아냈던 적이 있다.
판타지 소설부터 한창 하던 게임의 팬픽까지 다양하게 적었다.
같은 반 친구들에게 재미를 인정받기도 했다.
여러 명이 돌려보는 바람에 공책이 너덜너덜 해졌으니 말이다.
아예 반 전체에서 돌려봤으니 너무 뿌듯했다.
돌이켜보니, 그것이 내 생애 첫 책 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무대에 처음 올라 쏟아지는 환호 속에서 춤췄던 경험으로 평생 공연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와 같을까?
그 후로도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 한편에 남아 계속 나를 두드렸다.
하지만 그 노크에 대답할 수 없었다.
스스로도 난 가난하다고 생각했고 ‘정장 입은 일반 회사원’이 되고자 애써 무시했다.
시간은 흘러 제2금융권에 취직을 하여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청소년기에 꿈꿨던 정장입은 회사원이 이루어져버렸다.
군대에서 ‘꿈은 언제 이뤄질지 모르기 때문에, 이뤄지기 전까지 계속 노력할 수 밖에 없다’라는 글귀가 생각났다.(무슨 책인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그럼 이제 꿈을 이룬 나는 뭘 하지?
무려 15년 전 입사하고 내게 주어진 과제였다.
회사 생활은 가혹했다.
소리 없는 경쟁과 소음 가득한 생존 발악의 혼돈이었다.
자신의 실수를 내 탓으로 돌리거나 뒤통수를 치는 일보다 더 심한 일들도 겪었다.
회사원의 현실은 내가 적은 글의 세계와 반대였다.
즐거울리 없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한 회사에서 15년 넘게 버틴 것도 대단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못 본 척해야 했다.
그리고 회사에선 점점 신발 속에 작은 돌맹이처럼 나를 여기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그 때 들리는 내 마음 속 작은 이야기.
‘소설 하나 써서 작가가 되고 싶다.’
결국 이제는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40대가 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니 진짜다!
책을 읽을 때 한 번에 3페이지 밖에 읽지 못하는 내가 10페이지를 읽는다!
(사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가능한 웹툰처럼 쪼개서 읽고 있다)
소설이 무엇인지, 장르소설은 또 무엇인지, 아니면 문예에 도전해볼까?
닥치는 대로 글에 대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를 쓸 때 그렇게 글이 싫었는데 지금은 점심시간에 따로 작법서를 볼 만큼 글이 좋다.
어린아이처럼 책을 탐독하며 글쓰기 지식을 쌓아가던 중,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인터넷에 글을 올릴 자격을 인정받자,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꿈이 벅차올라 눈물이 났다.
이제야 날 봐주는구나, 하는 여러 뜻 섞인 말이 떠올랐다.
이제는 학창 시절처럼 재미로 글을 쓰는 동시에, 남들에게 도움이 되고 읽고 싶어지는 글을 써야 한다.
이 글들을 모아 언젠가 책으로 엮기를 바라며 토요일 아침마다 글을 쓴다.
가슴 속에 있는 내 작은 말을 경청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