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우울증은 다 나았어요?

그걸 어떻게 알아요?

by 김효주


쉴 틈 없어 고단한 시대다.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허무함. 서서히 약해지는 체력으로 저조해지는 업무 성과. 푸르던 열정이 불안 벌레에게 야금야금 갉아먹혔다. 외면은 분을 칠한 듯 예쁘고 건강해 보였으나, 속 빈 강정처럼 내면이 무너져 내렸다.


직장을 관뒀다. 교회 청년부 활동도 멈췄다. 인정받고 싶어 벌려놓았던 모든 것들을 청산했다. 이기적으로 심신의 건강 회복에 에너지를 몰빵 했다.


시작이 어디인지, 왜 이렇게 돼버렸는지 따져보는 시간들이 있었다. 욕구를 채워주지 못한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쏟아내 보고, 차별 대우하는 은사(?)님들에 대한 상처들도 끄집어냈다. 번아웃 증후군의 원인도 찾아보았다. 요구는 많고 칭찬은 박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많이 시달렸구나. 새롭게 살아간다면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가족들과 약속했던 1년이 되었기에 더 쉬고 싶은 마음을 달래 복직하기로 했다. 교회에도 다시 가려고 했다. 가장 아팠을 때, 담당 목회자는 나를 버렸고, 셀원들은 내가 버거워 우리 집 대문에 선물만 걸어놓고 도망갔다. 내 입장에서 다시 청년부에 간다는 것은 그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면 충분하다 여겼다. 나를 버렸던 그 목회자를 만나, 청년부에 다시 가고 싶다 했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매, 우울증은 다 나았어요?"

어이가 없었다. 우울증이 다 낫는 것은 뭐고, 다 안 나았으면 오지 말라는 건가?

그러더니 이렇게 말했다.

"자매가 다시 청년부 공동체에 들어오려면 저에게 편지를 써서 주었으면 좋겠네요."

무슨 내용인지 묻자

"자매가 아파서 공동체를 떠나면서 물의를 일으켜서 미안했다는 내용이면 되지 않을까? 그걸 내가 전체 앞에서 읽고 자매가 사과하고."

그 날 새벽, 위가 꼬이는 통증으로 저녁때 먹은 것을 다 토하고 응급실에 실려갔다.


'우울증이 다 나았냐?'라고 묻는 것은 실례다. 나도 기분이 몹시 상했다. 그러면서 '우울증이 다 낫는 건 뭘까?'란 생각에 빠져들었다. 고뇌는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을 몰고 왔다. 감정 기복은 더 심해졌고, 좀처럼 나을 것 같지 않았다.


약 5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가족들의 사랑과 인내, 좋으신 상담 선생님, 훌륭하신 정신의학과 박사님과 보냈던 시간들이 다시 '나'를 찾도록 도와주었다.


완전히 퇴직하고 온전한 쉼을 가진 후, 임용고시에 다시 도전하였고, 신규교사가 되었다. 믿음 좋고 마음씨 넓은 남편을 만나 행복한 신혼 생활 중이다.




직접 겪었거나 친구나 가족이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것을 보신 분들을 알 것이다. 우울증은 서서히 와서 서서히 간다는 것을. 아주 극에 달할 때에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심각한 어둠 속에서 헤매기도 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고, 말이나 글로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조금씩 좋아지면서 천천히 우울증이 사라진다.


'우울'에 대한 책과 글이 넘쳐난다. 원인을 분석하고, 우울증을 극복하는 법을 제시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런데 '우울 이후'에 대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울증이 끝났는지 알고 싶은데, 알려주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직접 써보기로 한다.


당신이나 소중한 사람이 겪던 우울증이 다 나았는지 알려주고 싶어서.

우울 이후, 갑자기 찾아드는 공허감이나 외로움에 놀라지 말라고.



(Pixabay로부터 입수된 press � and ⭐님의 이미지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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