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우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딱 맞는 처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울증은 정신건강학과에서 진단받을 수 있다. 직장이나 학교 등 기관에 제출하기 위한 소견서가 필요해서 우울증 환자들은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은 '상담'에는 거의 소질이 없으시다. 내 마음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고 약이나 타 가지고 가서 먹으라고 했다. 서운하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과도 그냥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내과나 정형외과에 가봐도 특별히 친절한 의사 선생님들은 찾기 힘드니까.
근데 몸이 아픈 거랑 마음이 아픈 건 좀 많이 달라서 개인적으로는 정신과 선생님들께서 조금 더 친절해지셨으면 싶긴 하다. 정말 죽을 거 같아서 벼르고 별러서 진료받으러 간 건데 '일주일 치 처방해 드릴 거니까 약 먹어보고 조절하죠.'라는 말로 끝내니 또 한 번 거절당한 느낌이 들어 짜증도 난다.
그래서일까. '이 우울증이 끝나면 누군가 나처럼 힘든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 건 너무 자연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우울증이 막바지에 다다랐고 도울 방법을 찾던 내게 브런치가 우연히 나타났다.
'우울증 극복 전문가'라는 스스로 만들어 붙인 타이틀로 활동하면서 꽤 많은 '우울감'을 지닌 사람들을 만났다. 저마다의 이야기는 무겁고 아팠으며 깊었다. 한 번의 만남, 한 번의 답메일로 해소되지 않을 괴로움들이 도처에 있었다. 또한 우울증까지는 가지 않았더라도 번 아웃으로 직장에서 겨우 버티는 분들도 아주 많았다.
대부분 나에게 우울증 극복에 대해 묻는 사람들은 '단 하나의 처방전'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이 약 한 번 잡사봐!"
나도 약장수처럼 만병통치약을 선물해주고 싶지만 솔직히 하면 우울증에 그런 건 없다. 그래서 브런치북을 준비했다. 우울증 처방전은 한 줄 짜리도 아니고, 약 몇 봉지로 조제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설명이 조~금 필요하니까 말이다.
나는 정신과 전문의는 아니다. 하지만 우울증 환자로서는 전문적인 고통과 짧지 않은 투병기간을 보낸 찐 경험자이며 또한 극복한 사람이고 오늘도 살아가는 서바이버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우울한 사람들의 대변인이자 선배로서 매일 생각한다. '나처럼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
이 책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기를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있는 가족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지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