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뻤다가 안 이뻤다가 하면 보통 얼굴이다.
'예쁘다'라는 기준은 한없이 주관적이라 분류의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초등 2학년들이 배운다. 하지만 마음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잣대를 세워 예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늘 분류하려든다. 물론 외모 뿐 아니라 외적인 조건들은 모두 기준이 될 수 있다.
언젠가 예쁜 사람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좋은 기준을 소개한 친구가 있었다.
"얘들아, 내 이야기 좀 들어봐. 내가 예쁜 사람과 못생긴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그게 뭐야?"
"그런 게 있어? 얼른 알려줘봐."
"응. 니들 맨날 아침에 거울 보잖아. 근데 이뻐보여?"
"그럴 때고 있고 아닐 때도 있던데."
"맞아. 나도 그래."
"난 맨날 못 생겨보여."
"하하. 있지. 맨날 봐도 자기가 예뻐야 예쁜 얼굴이래."
"뭐라고? 하하하 그럼 나처럼 이뻤다 안 이뻤다 하면?"
"그걸 딱 이렇게 부르지. 보통!"
"아 진짜 뭐냐."
'맨날 못 생겨보인다'라고 말한 사람이 나다. 내 얼굴이 못마땅했다. 아무리 봐도 예쁜 구석이 하나 없어서 참 싫었다. '좀 더 예쁜 모습이었다면 더 많이 사랑받았을텐데... 인기도 많았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으로 거울을 보니 아침마다 영 기분이 더러웠다.
우울증으로 고생할 때 만난 상담선생님은 '하고 싶은 걸 해보라'라고 조언하셨다. 최선을 다해 그 뜻을 따랐다. 직장을 그만두고, 각종 커뮤니티에서 나왔다. 혼자 만의 시간을 충분히 많이 가졌고 책도 읽고 여행도 하며 나를 달래주고 다시 만나주었다.
꽤 긴 시간 치유가 일어났고 서서히 내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주 1회씩은 거울 볼 때 내 모습이 맘에 들기 시작했다. 희한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이상했다. 하지만 진짜 되고 싶은 모습에 가까이 갈수록 '내가 이쁘네?'라는 생각이 더 자주 들었다.
며칠 전, 깜짝 놀랄 일이 있었다. 드디어 매일 거울 볼 때 계속 이쁜 것이다! 하하하하하 사실 친구의 말에는 어폐가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의 경우라면 매일 자신이 괜찮아 보이는 건 당연할 테니 '진짜 예쁘고 그렇지 않고'와는 무관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예쁘다'라는 건 주관적인 감정일 뿐이니 '매일 내가 이뻐보이니 나는 예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는 걸 그 누가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하하하
'미스코리아'는 한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람을 선발하는 대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날씬하고 예쁘고 젊은 여성들이 주로 참가한다. 그렇지만 그들이 매일 자신의 얼굴에 만족할 만한 점수를 줄까? 늘상 '나는 예쁜 사람이야'라고 믿고 있을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는 걸 많은 참가자들이 이야기한다.
만약 미스코리아 대회가 참가자 스스로 자신의 미와 매력에 만족하는 만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어떨까? 하하하 그렇다면 한국대표가 될 자신이 있다! 젊을 때보다 살도 안 빠지고 먹는 건 더 많아져서 날이 갈수록 조금씩 포동포동해진다. 하지만 피부가 희고 깨끗한 편이라 맘에 든다. 코는 높지 않지만 동글동글해서 귀엽고 쌍커풀이 없지만 큰 눈이라 매력적이다. 팔다리가 길고 어깨가 넓은 편이라 몸 전체에 분포한 지방이 적지 않음에도 상대적으로 날씬해 보이고 심지어 머리도 작아보인다. 얼마나 좋은가!
아마도 더 어릴 땐 지금보다 더 예뻤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는 행복하지 않았기에 웃을 줄 몰랐고 나를 좋아하는 게 너무도 어려웠다. 그래서일까? 지금은 잘 안 보이는 단점들만 부각되어 보였고 이런 외모로 낳아주신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다.
진짜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기에 나는 키도 작고 체중도 많이 나가고 얼굴도 보통이다. 나이도 많고. 한 번도 미스코리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외모에 대한 폄하가 심했다.
하지만 내 나이 44살. 세상을 보는 눈도, 내가 살아가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 거울 앞에서 나는 거의 매일 예쁘다. 나는 예쁜 사람이니까.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