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밥을 시키면 한 상을 내주는 고기집.
고기집창업?이 아니라, 고기집 후식으로 줄 세우기다. 전말의 순서가 사실 중요하진 않다. 결론은 한방 제대로 주자는 말이다. 여수에서 노포 고기집을 찾았다. 호텔과 가까이에 40년 된 노포였는데 하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휴일도 아닌데 내부 수리중, 문을 닫았다. 가기 전, 그 집 블로그에서 이상한 글을 봤다. 상 위에 놓인 김가루를 꼭 비벼서 먹으라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소린가 했다. 가기로 한 노포 근처에도 고기집이 있었다. 원래는 여수여행 첫날 가려다 너무 안좋은 리뷰에 외면했던 고기집이다.
그 집 역시도 노포가 분명했다. 가게의 구조가 그랬다. 흙바닥을 지나 구불구불 방이 있고, 뒷방에 마당에도 테이블이 놓인 것이 80년대 유원지 식당 분위기가 흠씬 그대로였다. 오래된 식당이라는 점에서 안도했다. 실망만 하는 일은 없을테니다. 그 세월을 지났는데 어찌 엉터리만 있겠는가 싶었다. 소갈비도 있었지만, 돼지갈비를 시켰다. 40년 노포도 돼지갈비와 삼겹살은 3인분부터 첫 주문이라고 했는데, 여기는 아예 돼지갈비를 커플로 600g 정해두었다. 추가는 200g에 14,000원. 아내의 표현으로는 너덜거리는 돼지고기가 나왔다. 갈비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목살이거나, 전지거나 그랬다. 역시 리뷰가 나쁜 이유가 이런 뜻인가 싶었다. 게다가 숯불을 가린 불판은 구멍이 적어서 고기를 데워 먹는다는 표현이 맞았다. 숯불에 지글지글 굽는 게 아니라, 숯불 위에 달궈진 쇠판에 데워먹는 돼지갈비라고 흉내 낸 전지 아니면 목살이니 맛이 있을 리 없다. 그리고 고기 찬도 보잘 것 없었다. 주방과 끝방과의 거리가 멀고, 신발도 방에서는 벗어야 하니 자꾸 부르기도 민망한데, 고기찬은 푸짐히가 아니라 부르게끔 담았다. 하도 먹을 고기찬이 없어서 된장찌개를 시키려고 주문했다. “된장찌개는 공기밥을 시키면 나와요”하는 소리는 흔하다. 그래서 공기밥을 2천원으로 표기한 고기집들이다. 된장찌개 포함 2천원인 셈이다.
먹을 반찬이 없어서 된장찌개를 시켰고, 된장찌개에는 공기밥이 자연스레 따라나오는 상황에서 서울 사람은 처음 구경하는 밥상이 나왔다. 공기밥 하나가 아니라, 쟁반에 반찬 6가지를 담아서, 비빔밥 그릇에 밥이 고봉으로 담겨져 나왔다. 그제서야 다른 테이블에 놓인 냉면그릇 크기의 흰색 멜라민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테이블도 공기밥을 시킨거였다. 2천원짜리 공기밥을 시켰는데 고기찬보다 나은 반찬이 나왔다. 고기와 같이 먹어도 충분한 그런 반찬들이다. 냉면기 크기의 그릇에 반찬을 담고, 김가루를 듬뿍 뿌려 비볐다. 고추장은 없었다. 고추장 대신에 비싼 토하젓이 한웅큼 나왔다. 그걸 모두 넣어서 비비니 입안이 톡톡 거린다.
놀라웠다. 2천원에 이렇게 주면 남는 것은 없다. 분명히 없고, 절대 남을 게 없다. 게다가 된장찌개도 훌륭했다. 어디가도 빠지지 않을 된장찌개였다. 이걸 다 주고 2천원이라니, 감동이었다. 아마도 40년 노포 고기집에서 말한 김가루와 비빔밥이 이거였던 거 같다. 두 집 모두 같은 방식으로 공기밥을 주는게 아닌가 싶다.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니 누가 원조건 간에 두 집 모두 공기밥으로 비벼먹는 후식에 방점을 찍었을거다.
오래전 한우로 유명한 지역에 대형 한우집에서 연락이 왔었다. 150평에서 한우를 파는데 월매출이 6천에서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2,400만원이나 값을 치루고, 한정식도 배워 그걸 접목해서 점심특선으로 팔았는데, 그 한정식을 1인분에 만원에 팔았는데도 식당 매출은 도통 오르지 않아 죽겠다는 하소연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가볍게 한 수를 손봐줬다.
한우 150g 1인분에 35,000원에 팔면서, 한상 깔아주는 한정식을 만원에 점심으로 팔지 말고, 고기 후식으로 한정식을 제공하라고 일러줬다. 다른 한우집은 후식으로 냉면이나 공기밥에 된장찌개를 팔 때, 당신은 2400만원이나 들여 배운 한정식이 있으니 그걸 후식으로 팔라고 했다. 한정식집을 할게 아니니까, 점심에 그거 파는 건 한우랑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꼬집어줬다. 점심에 만원과 1인분 150g 양의 몇점 고기를 먹는데 35,000원을 쓰는 손님에게 후식 만원이라면 어느게 더 쓰기 쉬울까? 만원을 더 내면 한정식 상차림을 받는데 그걸 마다할까? 다른 고기집을 가서 같은 값에 후식으로 냉면 한그릇 먹는 걸 선택할까? 필자의 단칼 클리닉으로 그 한우집은 점심에 팔던 한정식을 고기 후식에 붙이는 바람에 매출이 2.5배가 뛰었다. 1억하고도 5천을 팔았다. 점심에도 한우를 먹는 손님이 늘어난 탓이다. 전에는 한정식만 딸랑 먹고 매몰차게 갔는데, 그 만원짜리 한정식의 고마운(당시 꽤 퀄리티가 높았던 한정식을 고기집에서 만원에 먹었으니)기세를 몰아서 저녁까지 이어지지 않았는데, 점심이 아닌 후식으로 순서를 바꿨더니 점심에도 한우를 찾았던 것이다.
이처럼 고기집 후식은 의외로 경쟁자를 꺽는 기발한 포인트가 되어준다. 고기 자체에서 차별화를 시키는 것보다, 고기 상차림에서 차별화를 모색하는 것보다, 후식에서 강펀치로 손님을 줄 세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후식에서 만족하면 술한병이 더 추가된다. 심지어 한우 1인분도 다시 시작될 수 있다. 기분이 그렇게 시킨다. 만족이란 녀석이 손님을 만나면, 그 자리 즐거움은 더 길어지고 당연히 새로운 주문이 따라나올 수 있다.
2천원짜리 공기밥 하나로 기분은 역전되었다. 그래서 돼지갈비 1인분을 추가했다. 이내 후회했다. 역시나 고기만 딸랑 줬다. 너덜거리는 고기 1인분은 양이 작아서 아까의 3인분 첫인상보다 더 지저분해보였다. 그리고 처음에 깔아준 고기찬은 비었음이 분명해도 말하지 않으니 채워주지 않았다. 그때 된장찌개 하나라도 더 준다면! 그때 버섯이라도 한주먹 덤으로 줬다면! 그때 음료수 한병이라도 같이 줬다면 좋으련만, 딸랑 목살과 전지 중에 하나임이 분명한 돼지갈비 200g을 14,000원이나 받았다. 원가로 치면 3천원도 되지 않을 것이다. 공기밥에서 놀래키고, 추가 고기에선 다시 실망을 안겼다. 허탈하다. 하하.
고기집은 상차림이 관건이다. 질 좋은 고기가 성패를 가른다는 착각은 버리자. 어떤 체인점에 붙은 문구대로 ‘숙성이고 나발이고’다. 워터에이징이건 드라이에이징이건 그게 술한잔 고기를 선택하는 잣대라고 믿지 말자. 고기는 술과 함께고, 술잔은 앞사람이 좋아서 마시는 일이다.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고기의 질보다는 풍성한 혹은 색다른 고기찬으로 승부하는 곳이 더 필요하다. 오직 고기는 질로 먹는다면, 정육점에서 비싼 부위를 사서 집에서 구워도 그만이다.
하지만, 고기는 질이 아니라 분위기다. 술이 함께라서다. 매력있는 고기찬?에 사실 별거 없다. 고기와 싸먹을 거리면 된다. 그러자면 쌈채소가 다양하면 좋고, 쌈에 고기 그 위에 올릴 김치가 잘 익었거나, 오이무침이 신선해도 입은 즐겁다. 파채에 계란 노른자 한알도 효자다. 씹으면 터지는 통후추 서너알도 고기쌈에 섞이면 별미다. 상큼한 무채도 고기찬에 그만이다. 육즙 대신에 무채즙이 쌈에서 활약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무쌈보다는 채로 만들어 수북이 내주라고 권한다. 마지막으로 고기집에서 맹활약을 할 녀석은 된장찌개다.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훈수는 못하지만, 1인당 된장찌개를 내주라는 훈수는 파괴력이 있다. 주방 사정이 안되면 펄펄 끓여서 담아서라도 1인당 한 개의 된장찌개를 줘보자. 줘보고 그 결과를 보고 따져도 늦지 않다. 큰 뚝배기에 된장찌개를 끓여주고 각자 퍼담아 먹게끔과는 차원이 다르다. 퍼담는 순간 찌개는 그만큼 식고, 내것이 되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내 몫으로 나온 1인 뚝배기와는 결이 다르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될 것이 바로, 고기 추가엔 보답이다. 딸랑 고기만 주니까 추가가 없고, 추가 후 실망한 손님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고기 추가엔 무엇이 되었던 보답을 해야 한다. 그 보답이 클수록 테이블 매출은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