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0 수입은 부끄러울까?

by 타짜의 클리닉

아들은 이제 스물여덟입니다.

대학에서 조교일을 2년 계약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실수령액은 200이 못됩니다.

하지만, 아들은 씩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많은 친구들과 구김없이 춘천에서 혼자 잘 살고 있습니다.



남양주 동네친구였던 아빠는 쉰두살입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 기술사 자격증도 있고,

직원이 수백명이 넘는 토목회사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습니다.

연봉은 대략 1억쯤이고 실수령액은 7~800쯤입니다.

세상 부러울 거 없이 대쪽같이 올곧게 잘 살고 있습니다.



쉰여섯살 제 친구는 제주에서 버스를 몹니다.

젊어선 자영업을 하다가 여러가지 직업을 탐색하다가

50이 넘어서 제주에서 버스를 몰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월급으로 300 조금 넘게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현실을 둘러보면 3~400만원은 큰 돈,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의 물가를 감안하면 한달 생활비도 그만큼 들어갑니다.

큰 돈이지만, 적은 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 세상의 부자들의 돈자랑에 한숨이 나곤 합니다.

그들은 무슨 재주로 그렇게 넉넉한 씀씀이를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제 28세 아들의 목표는 계약직 대학조교에서 정식교직원입니다.

정식교직원이 된다고 쳐도 월급은 300이 되지 않습니다.


제주도 버스를 모는 56세 친구의 꿈은 작은 식당 차리기입니다.

그래서 버스기사 수입(300 이상)만큼만 벌면 바랄게 없다,는 쪽입니다.




저는 제 아들의 목표도 응원하고, 제 친구의 꿈도 지지합니다.

제가 경험한 3~400만원의 내벌이(식당으로)는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만난 천여명쯤의 자영업자의 절반은 그조차 벌지 못했습니다.

남의 식당에서 일해도 버는 300만원쯤을 자기 가게에서 벌어내지 못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은 냉정하게 그랬습니다.




반대로 그걸 쉽게 벌어내는 사람들도 봤습니다.

월수입 천만원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그렇게 벌면 좋겠지만... 3~400이 어디냐,고 하는 사람들이 더 장사를 잘했습니다.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

자기 몫을 덜 가져가고 손님에게 주거나, 직원에게 주었습니다.

손님에게 몫을 나눠주니 손님은 단골로 보답해주었고

직원에게 몫을 나눠주니 주인같은 직원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식당에는 웃음과 온기가 있었고, 정이 있었습니다.

그게 쌓이고 쌓여서 골목에서 제일 손님이 많은 집이 되었습니다.

손님이 느니 매출도 자연히 오르고 그 덕에 주인몫도 늘게 되었습니다.



3~400만원이면 좋다는 주인에게, 실제 남겨진 월수입은 그렇게 천만원도 넘나들었습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겨낸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었던 겁니다.




각각(된장찌개/ 돈까스)이면 매력이 평범한 음식을 섞어서 한가지 메뉴(된장돈까스)로 바꿨습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메뉴도 한가지를 파는 식당이 있습니다.

원래는 고기도 팔면서 식사메뉴로 김치찌개, 된장찌개, 청국장 이런 걸 팔았습니다.

어떤 연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날 그 식당은 "된장돈까스"라는 한가지 메뉴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흔한 된장찌개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돈까스를 시골에서 판다고 누가 갈까요?

그러나, 된장돈까스는 달랐습니다.

돈까스에 된장찌개와 공기밥을 주는 식당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 시골 허름한 식당에 찾아온 손님들은 젊은 청춘도,였고

골프를 치고 수다가 고픈 중년의 사모님들도 있었습니다.

저처럼 대전에서 1시간을 달려 거기까지 일부러 가는 식도락꾼도 물론이구요...


3~400만원 벌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시골 허름한 가게에서도 이렇게 보기좋은 홈런을 날릴 수 있습니다.


테이블이 15개에 70대의 부부 외에 일하는 분이 여럿이니

실제 그분들의 월수입은 그이상 훌쩍일 겁니다.




보은 형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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