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선 밀리는 나이, 그곳에선 고마운 나이다.

by 타짜의 클리닉

회사라는 집단에선 퇴직을 종용받는 나이 오십은 아픈 손가락이다. 머리 회전이 빨라야 하는 곳은 사십에도 퇴직을 눈치준다고 한다. 하여간 오십은 분명하게 퇴직을 해야 하는 나이다. 하루이틀 더 버틴다고 나아지는 건, 연봉이 1억이 넘을 때나다. 퇴직에 스트레스 받느니, 오십에 인생 두 번째를 각오하고 자발적 퇴직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미안하고, 송구한 말이지만 육십은 ‘첫 시작하기’에 좀 늦었기 때문이다.



오십의 남자가 식당에서 고마운 나이가 되는 건, 주인과 동년배라서다. 물론, 통계적으로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평균 나이가 얼마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이 책을 써내는데 그런 통계까지 대입해야 할 책임이 없기에 나는 맛창식당에서 가장 분포가 많은 나이를 오십이라고 규정한다. 4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까지를 오십이라고 지칭한다면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내가 관여하는 전국 100여개의 맛창식당에 그 나이대 주인들이 절반쯤이다.



오십의 주인들은 외롭다. 서두에 꺼낸 말처럼 집에는 자식들이 아직 출가전이다. 자식을 위해 벌어야 하는 숙명도 외롭고,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사회 친구도 없고, 오랜 친구들은 자영업의 고단함을 모르니 대화도 외롭다. 그렇다고 여자를 만날 수도 없고, 일주일에 한번씩 골프장을 갈만큼 맘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리를 잡은 식당일수록, 주인이 가게를 비울수록 상처가 깊어진다는 것을 잘 아는 탓이다. 그렇다고 식당 안에서 대화를 하려면 나이가 다르고, 성이 다르니 그 또한 쉽지 않다. 일장 연설에 훈시나 꼰대 지적만 할 뿐, 내 가슴속 응어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당신의 오십이 반갑다. 주인은 든든한 동지가 생겼다고도 생각한다. 내가 하루이틀 식당에서 해방되어도 주인이 없다는 오해를 사지 않을 거 같아서 반가운 마음도 생긴다.



게다가 그 오십의 남자가 주방에서 가장 필요하지만, 기피하는 일을 자청해 하겠다고 찾아왔으니 이게 왠 횡재인가 싶다. 음식을 만들줄 안다고 월급을 흥정하고, 내가 일군 가게건만 주방 책임자라는 명분으로 칼자루를 쥔 마냥 거들먹거릴 사람이 아니라서다. 그렇게 회사에선 눈치나 받는 오십이었지만, 식당에 찾아가면 귀인 대접도 때론 가능하다. 2~30대의 직원들을 키워서 점장을 생각하는 오십의 남자 주인도 있지만, 또래인 남자가 내 주인 역할을 나눠 해주길 바라는 경우가 어쩌면 더 많고, 현실적이다. 청춘의 30대에겐 식당 외에도 꿈이 많지만, 오십의 남자는 이미 사회를 다 충분히 경험했기에, 식당업에 대한 비전이 남다를 수 있다. 30대가 갖는 식당일자리에 대한 애착보다 더 깊을테니, 오십의 주인은 오십의 남자가 더 믿음직하다. 특히나, 다음 식당을 염두에 둔다면 더더욱이다. 지금 식당 하나에 연연, 만족이 아니라 나름 작지만 알찬 꿈이 있는 오십의 주인에게는 오십의 남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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