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처럼 초보의 운전이 피곤한 하루였다. 겨우 120km를 운전했을 뿐인데 피곤했다. 마지막 5km는 아내더러 운전을 하라고 했을 정도였다. 집 근처 타이어가게에서 위치 교환을 하고, 대청호로 목적지로 정했다. 구불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대청호 근처의 맛집을 검색했다. 그리고 고기집이 검색되었는데 메뉴가 딱 한가지였다. 소금구이 17,000원. 이게 다였다. 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건, 다른 온리원 식당들이다. 한가지를 팔 때 도대체 어떤 상차림으로 나오는지였다. 슬쩍 검색한 타인의 리뷰에 오른 사진은 형편 없었고, 중간에 섞인 리뷰의 평도 나쁜 것이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내게는 한 끼의 식사를 최선을 다해 소비하지 않아도 되는 매일의 식당공부 였기 때문이다. 실망도 좋은 공부다. 반면교사로 삼으려면 반대를 겪어봐야 한다. 좋은 걸 따라하는 것도 좋지만, 나쁜 걸 예방하는 것 또한 일신우일신에 반드시다.
그런 점에서 어제의 식당도 좋은 공부였다. 배탈이 났지만 좋았다. 적어도 내가 만드는 식당의 원가율이 옳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식당인데 메뉴가 고기 한가지다. 고기집이 아닌데 메뉴가 고기다. 소금구이 17,000원, 잔치국수 3,000원, 된장찌개와 공기밥이 각 1,000원 이었다. “된장찌개는 따로 시켜야 하는거죠?”라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그래서 고기 2인분에 잔치국수 1개, 된장찌개 1개를 시켰다. 고기는 무려 1인분이 300g이었다. 200g이 1인분이던 시절은 지났고, 이제는 160 ~ 180g이 대세인 세상에서 1인분 300g은 내가 주장하는 1.5인분을 1인분으로 팔라는 것과 같아서 더 반가웠다.
2인분으로는 많은 양의 고기가 나왔고, 반찬은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했다. 묵은 김치와 파채 그리고 동치미가 전부였다. 아참, 소금이 한접시 상 위에 놓였다. 왜 자꾸 주인 할머니가 앞치마를 하라고 한 지 나중에 알았다. 처음 온 우리는 소금을 뭐에 쓰라는 건지 몰랐는데, 고기를 불판에 올리는 그게 소금을 뿌려 뒤집어 간을 하라는 뜻이었다. 왕소금은 심하게 튀지는 않았지만 간간이 탕 소리를 내는 재미가 있었다. 목살 인줄 알았다. 그러나 먹다보니 너무 퍽퍽했다. 아무리봐도 이건 목살이 아니라 전지였다. 아니면 목살이 2에 전지가 8쯤이었다. 목살 왕소금구이가 아니라서 고기맛은 정말 형편없었다. 아무리 소금을 쳐도 퍽퍽한 건 소금이 해결해주지 못했다. 2인분 600g에 400g을 겨우 먹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버림을 선택했다. 좋은 부위로 한가지를 팔아야 한다는 온리원의 내 지론에 위배한 식당을 본 건 실로 오랜만이다. 한가지를 파는 것도 좋고, 1인분을 300g으로 주는 것도 좋다. 월세 100만원도 안될 듯한 자리에서 17,000원이라는 가격을 받으니 식당도 손해가 없다. 그런데 원가의 조절을 양이 아니라 질로 선택한 것은 안타까웠다.
잔치국수도 정말 기가 막혔다. 한덩이의 중면에 양념장이 한스푼 올라간 것이 전부였다. 원가로 치면 천원도 한참 되지 않을 재료비였다. 우리 맛창식당에서 공짜로 주는 셀프라면보다 싼 잔치국수였다. 멸치맛이 나는 국물이 그렇게 대단할까? 팔당에 있는 낙지집은 잔치국수를 마음껏 셀프로 먹게 하는데, 거기서 공짜로 먹는 국수를 3천원이나 받아내는 게 대단하지 싶었다. 그 구석까지 찾아온 손님들에게 쪽파나 계란지단을 썬 고명도 없는 양념장 한스푼이 전부인 국수를 돈 내라는 걸 보면서 입맛이 더 뚝 떨어졌다. 그나마 나은 건 된장찌개 뿐이었다. 두부 두조각이 들어간 된장찌개가 유일한 맛이었다.
3천원이라지만, 너무 했다.
한가지 메뉴로 승부하라는 건, 다른 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에 최상의 상차림을 만들 여유가 된다는 뜻이다. 어디에 내놓아도 자신있는 그 한가지 상차림에 집중해서 차별화를 이뤄내라는 의도다. 그런데 이렇게 부실한 상차림에, 공짜로 줘도 별 반응이 없을 후식을 돈을 받고 팔아내는 장사를 보면서 할머니의 굽은 허리가 안쓰러웠다. 물론, 나와 같은 손님이 적은 탓인지 12시 20분에 넓은 주차장은 만석이었고 27개인 테이블에 20개나 넘게 손님이 가득했다. 이미 여러번 온 손님들은 셀프코너의 쌈을 잔뜩 가져다 먹는 것으로 복수하는 느낌이었고, 나처럼 오늘이 처음인 손님들은 뜨악한 얼굴로 고기를 먹느니 마느니 하는 것이 보였다.
메뉴판만은 얼마나 심플하고 믿음직한가
고기의 1/3을 남기고 일어나 10분을 달려, 대청호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대장내시경을 하기 전날, 먹는 물약을 먹고 화장실에서 쏘아대는 그 난감함을 경험해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내의 멀쩡함이었다. 아마도 나는 불콰한 기분이 보태졌던가 보다. 맛을 떠나 씁쓸한 장사의 실태를 보면서 저절로 속에서 치민 짜증이 보태어져 설사로 귀결되었던 모양이다. 한가지 메뉴를 팔면서 실망감을 준 집은 올 들어 어제가 처음이었다. 11월 25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