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집 샐러드바, 돈까스집 샐러드바, 초밥집 샐러드바
진심 최고였던 무한리필집
매일 점심은 외식을 한다. 가급적 가보지 않았던 식당을 찾아 상차림을 구경하는 게 직업에도 보탬이 되는 일과 중 하나다. 아주 가끔 무한리필 식당을 가본다. 근래 가본 무한리필집은 3곳이다. 반년에 한번쯤 가는 돈까스 무한리필집과 스시 무한리필 그리고 어제 갔던 샤브샤브 무한리필집이다. 3곳 모두 테이블 수가 4~50개쯤 되기에 규모로 치면 150평이 넘는다. 대형 식당에 속한다. 아무나 차릴 수 없는 식당들이다. 모두 체인의 형태로 오픈한 매장이라 투자액은 최소 4~5억대가 넘는다. 어제 간 샤브 무한리필집은 그 중에서도 시설이 가장 비쌌다.
단순히 인테리어비로만 따져도 150평(보수적으로 잡아)에 300을 곱해도 4억5천이고, 주방기물과 의탁자, 냉난방까지 따지면 평당 450쯤을 잡아야 한다. 그럼 가게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최소 7억에 육박한다. 또래로 보이는 주인은 내가 지난 십수년간 모은 돈을 거기에 쏟아부었다.
사실 난 이 가게의 2층에 있는 스크린골프장 단골이다. 20만원이면 23장의 쿠폰을 살 수 있다. 그걸 벌써 3번째 샀을 정도로 골프장은 매주 가는 편이다. 그런데 1층의 이 식당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점심특선 21,900원이 샤브집치고 비쌌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샤브집을 몇 번 만들어본 터라 질려하는 메뉴라서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가 좋아하는 메뉴여서 어제는 모처럼 아내를 위한 선택이었다. 밀카가 왕복으로 지나도 될 만큼 테이블 간격이 넓은 40개의 테이블은 편안했다. 12시에 들어가 1시에 나올 때까지 반도 차지 않은 어제 점심이 어제뿐이었는지, 대체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하여간 손님은 많지 않았다. 하긴 골프를 치려고 늘상 주차를 할 때 40대 정도 주차를 할 수 있는 주차장은 언제나 자리가 있었다. 한번도 주차를 못해 길에 댄 적이 없었다.
샤브집인데 초밥도 있었다. 그것도 10가지가 넘었다. 2종류의 씬피자도 있었고 파스타도 3종류가 되었다. 심지어 치킨도 2종류였다. 그 외 다양한 먹거리들이 샐러드바라는 이름 아래 있었다. 문제는 모든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돈까스 무한리필집에서, 초밥 무한리필집에서 맛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일단 재료들이 좋아보였다. 무한리필바에 있다고 저가의 재료로 보이지 않았다. 아님, 주방장의 솜씨 탓일까? 커피도 스타벅스 제품을 썼고, 내려 먹는 아이스크림의 질도 훌륭했다. 무한리필집에서 의레 취급하는 소바 역시 얼음물에 면을 담가 신선함을 유지하는 곳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대게는 알다시피 소바그릇에 면을 담고 천으로 덮어 포개어 놔두니 촉촉한 소바의 맛은 느끼기 힘들다. 그런 센스를 봐도 무한리필 샐러드바를 가진 식당중에서는 단연코 줄을 설만한 식당이었다.
하지만, 40개가 넘는 테이블의 반이 어젠 비었다. 그리고 먹는 손님들은 끝도 없이 먹어댔다. 그들도 나처럼 거의의 음식이 맛이 있으니 손이 가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3대가 같이 온 테이블에 제일 어른들이 그렇게 잘 드시는 것도 신기했고, 젊은 비구니 두 분이 “샐러드바하고 가까운 자리를 달라”고 해놓고, 오직 샤브샤브만 드시는 것도 재밌었다.
무한리필집이니 기본 값 외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 술도 마시지 않는다. 오직 본전을 뽑기 위해서 음식만 먹는다. 그렇게 따져보면 어제 점심의 1시까지 매출은 21,900원 * 3명 * 20테이블 140만원쯤이다. 저녁은 점심보다 가격이 7천원이나 더 비싸다. 1시 이후로도 손님은 더 들어왔을 것이다. 그렇게 호의적으로 따져보면 하루 매출은 어쩌면 500도 넘길지 모른다. 한달로 치면 1억5천만원. 그런 식당에 투자한 돈은 무려 7억쯤.
모르겠다. 부자들의 세계에선 그런 투자와 매출이 마땅한 건지 모르겠다. 먹는 손님의 입장에선 어쩌다 가끔 허리띠 푸르고 먹기에 참 좋은 식당이지만, 그 많은 음식을 매일 만들고 버려야 하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어떤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 모르겠다. 20년전 100평 횟집에서 테이블 25개를 놓고 장사하던 기억을 끄집어내도 사실 7억을 투자하고 월매출 1.5억은 아쉽다. 가게 보증금을 포함해 1억 언저리를 쓰고 7~8천을 파는 내가 만든 맛창식당들이 훨씬 나아 보인다. 게다가 메뉴라고는 한두가지가 전부인지라 만들어놓고 남겨서 버려진 재료들도 없는 그런 식당이 더 대견하게 보인다.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식당이다. 감사한 주인이다. 그런 투자를 해서 럭셔리한 점심특선을 팔아주니 말이다.
소주 한병은 1회에 한해 2천원이다. 고기추가도 1회에 한해 50% 할인한 3,500원이었다. 계속이 아니라 첫 1회 주문에 한하여 깍아 주는 셈에 뛰어들 손님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7억이라는 돈을 투자를 하고 소주를 2천원에 파는 자신을 본다면 어떨까 싶다. 그것도 계속은 아까워서 1번만 기회를 주는 그런 식당을 차리려고 7억씩이나 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7억을 식당에 투자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7억을 투자하고 1.5억을 파는 것보다, 1억을 투자하고 5천을 파는 게 훨씬 낫다. 허망한 소리지만, 그런 식당 7개면 월 매출은 3억5천이다. 하지만 세상은 요지경이다. 뻔히 유행이 끝날 것임을 알고도 대형 무한리필 고기집을 차리는 사람도 있고, 값싼 안주와 생맥주를 파는 체인점도 불티나게 차린다. 어쩌겠는가. 식당창업이 돈 놓고 돈 먹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그 길이 정답일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