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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뽕은 빨갛고, 짬뽕국물은 파랗다

레드오션에서 싸울 것인가, 스스로 블루오션의 판을 깔 것인가?

by 타짜의 클리닉

짬뽕은 빨갛고, 짬뽕국물은 파랗다.


짬뽕집은 레드오션이다. 잘하는 짬뽕집은 동네에도 여러개다. 물론, 그 중 오직 짬뽕만 파는 집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짬뽕을 꽤 잘하는 집들은 많다. 그 시장에 자신이 숟가락을 얹어 이길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까?


20241202_182535.png 짬뽕이 짜장보다 맛있는 건, 국물이 플러스라서다.


손님이 짬뽕을 더 좋아할거라는 건 착각일지 모른다.


물론, 짜장면보다 짬뽕이 더 맛있는? 이유를 나는 안다. 그건 국물과 같이 먹기 때문이다. 칼국수보다 수제비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건, 젓가락만 사용하는 칼국수보다 수저를 사용해 넓은 칼국수?와 국물을 함께 먹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짬뽕을 면까지 넣어 거기에 가격을 내도록 마지막까지 완성하는 과정은 어렵다.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몇가지만 빼면 짬뽕은 의외로 쉬워질 수도 있고, 레드오션 음식을 블루오션으로 써먹을 수 있다. 일단 면을 빼면 된다. 건더기만 있는 짬뽕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가격을 붙이지 않아야 한다. 면이 없는 건더기 짬뽕이니 얼마를 받을 것인가? 가격이 없는 건더기 짬뽕까지 만들면, 이제 그걸 무기로 활용해야 한다.




KakaoTalk_20241129_170715798_09.jpg 삼선짜장을 시켰지만, 국물은 볶음밥에만 준다.


짜장면을 시키면 건더기 짬뽕(국물)을 주는 거다.


볶음밥, 잡채밥을 시키면 역시 짬뽕(국물)을 주면 된다. 대신에 짬뽕은 메뉴판에 없어야 한다. 짜장면을 먹어도 짬뽕을 먹는 셈이다. 볶음밥에 소박하게 주는 짬뽕국물이 아니라, 볶음밥을 시키면 면이 없는 짬뽕도 먹는 셈이다.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짬뽕을 파는 순간 거리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당신은 여지없이 싸워야 한다. 결코 거기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20241202_182518.png 메뉴가 많아도 결국 1,2등이 매출의 8할이 넘는다.



짜장면 6천원짜리는 팔지 않는다.


모든 짜장면을 주문과 함께 즉석에서 볶는 짬뽕처럼, 간짜장처럼 만들어내야 한다. 간짜장이라고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이게 중요하다. 기대감을 줘선 안된다. 삼선짜장이라고도 붙이지 말아야 한다. 삼선짜장을 잘 만들어파는 집들과 싸우지 말아야 한다. 그냥 짜장면이다. 버섯짜장면, 고추짜장면, 고기짜장면, 해물짜장면이라고 이름을 정하면 된다. 당연히 그냥 짜장면이 아니라서 6천원보다 더 받아도 된다. 8천원을 받으나 만원을 받으나다. 8천원이 만원보다야 더 잘 팔리겠지만, 어차피 먹는 욕은 똑같다. 기왕 먹을 욕이라면 비싸게 받고 먹는게 낫다. 비싸게 가격을 매겨야 짬뽕(국물)에 건더기도 알차질 수 있다. 만원이라 당장은 손님이 적겠지만, 먹어본 손님들이 만족이라는 소문을 내준다면 손님도 ‘나는 짜장면도 만원짜리 먹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생긴다. 만들어 둔 짜장을 부어 1분만에 내주는 짜장면을 6천원에 팔고 4천원이 남았다고 치자. 만원짜리 고추짜장면에 짬뽕까지 주기에 역시 4천원이 남는다고 치자.



6천원짜리 짜장면은 겨우 2천원의 재료비가 들어간 탓에 그 팔림이 신통치 않아서 여러 가지 메뉴를 팔아야 하고, 요리도 팔아야 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만원짜리 고추짜장면은 하루종일 이것만 팔아도 될런 지 모른다. 다른 메뉴를 팔지 않음에서 오는 재료 절감과 인건비 절감을 누적하면 40%의 마진이 아니라 50%는 남는 마진의 셈으로 승급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KakaoTalk_20241129_170715798_07.jpg 볶음밥에도 짬뽕국물을 크게 주면, 손님은 놀란다.


2018년도 1월에 퇴촌에 첫! 돌짜장집을 오픈했다.


짬뽕은 팔지 않는 돌짜장, 탕수육도 없는 돌짜장집의 최초였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은 중국집 열 개 중에 예닐곱개가 돌짜장을 메뉴에 끼워서 팔고 있다. 그걸 따라해본들 이미 그 시장은 끝났다. 짬뽕을 팔지 않는 돌짜장집이 아닌 이상, 여러 메뉴 속 돌짜장은 그저 어쩌다 팔릴 뿐이다. 내년이면 8년이 되는 그 빨간 시장인 돌짜장을 이제와서 따라 하느니, 건더기짬뽕을 주는 짜장면을 팔아보시라. 짬뽕으로 싸우기엔 당신은 버겁다. 견뎌낼만한 버거움에 도전해야 살아남거나 돈을 버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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