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과장. 지금 추진 중인 그 프로젝트 성과가 좀 어떤가? 잘되고 있나?"
"아 넵 상무님. 상무님께서 제안 주셔서 하게 된 그 프로젝트 말씀이지요.
네 잘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회사에서 상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종종 있죠. 상사 때문에 시작하게 된 업무에 대한 성과를 그 상사 본인이 물어보는 경우요. 그 정확한 이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럴듯한 이유를 순간적으로 생각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이런 경우에 당신은 보통 어떻게 대답하시나요?
본인의 생각을 솔직히 얘기하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어떻게 해서라도 상사가 흡족할 만한 대답을 하려 하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좋은 쪽으로 답변할 것입니다. 당신은 상사가 어떠한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상사가 어떠한 답변을 듣고 싶은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괜히 답변을 잘못해서 상사의 기분을 그르치게 할 필요는 없겠죠.
이처럼 상대방의 요구를 파악 후 상대방이 기대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을 요구 특성 효과(Demand characteristics)라고 합니다.
새로운 부서로 옮겨온지 두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팀장님이 당신에게 슬쩍 물어보십니다. '그래 김대리 새로운 부서에도 근무해보니 어때?' 당신은 팀장님이 어떠한 대답을 듣고 싶어 하는지 직감합니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하는 답변을 하지요. '네 팀장님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힘은 들지만 팀의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좋은 분위기에 팀장님의 역할이 크신 것 같습니다'
당신의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뮤지컬 한 편을 보고 나옵니다. '오빠. 이번 뮤지컬 어땠어? 이거 보려고 한 달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건데. 오빠는 어떻게 봤어?' 이번에도 당신은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어떤 대답을 원하는지 충분히 짐작합니다. '응 나도 너무나 재미있게 봤어. 역시 자기가 왜 한 달 동안 기다렸는지 알 것 같아'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요구 특성 효과'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암묵적으로 요청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걸맞은 행동과 말을 하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사회생활을 하는데에 있어 매우 유용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쨌든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줄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너무 이 효과에 노출되다 보면 정말 하고 싶은 말, 정말 해야 할 말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상사가 주도한 업무에 대한 성과를 얘기할 때는 좋은 점만 얘기하면 안 되죠. 그 업무를 통한 좋은 점, 아쉬운 점, 개선했으면 하는 점들을 함께 말씀드려야 합니다. 좋은 점들만 열거해서는 그 상사에게도 당신에게도 그리고 결국 회사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매일 달콤한 말들만 오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달달한 초콜릿만 먹으면 질리죠. 매운 음식, 짠 음식, 싱거운 음식도 돌아가며 먹고 싶습니다. 가끔씩은 쓴 보약도 먹으면 건강유지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솔직한 마음 고백, 진심 어린 충고가 더 중요한 이유입니다.
쓴소리를 한다고 하면 상대방이 싫어할까 겁이 나시나요? 물론 상대방도 순간적으로는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을 수 있겠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도 알게 될 겁니다. 결국은 당신을 진정으로 위하는 마음에서 했던 말들이라는 것을요. 아마 그 사람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요.
그러므로 무조건 그 사람에 맞추려 하지 마세요. 이따금은 그 사람에게 싫은 소리도 하도록 해봐요. 그 사람을 진정 위한다면 말이죠.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