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메신저로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메시지를 남기고
상황이 될 때 답할 수 있어 편리하다.
그래서 급하지 않은 건은 주로 메신저를 이용한다.
아내와 통화를 하다 보면 꼭 싸우게 되거나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데 아내와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뜬금없는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ㅡ화났어?
이럴 때면 참 난감하다.
앞선 대화를 몇 번이고 정독해 보아도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ㅡ아니...... 왜?
ㅡ아니면 됐어, 수고해~
뒷목이 뻐근해진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게 된다.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언어영역 강사, 출판사 편집자를 거친 나름 '국어인'이라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맞춤법을 지키자 생각해 왔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ㅡ'응.' 말고 '응~'이라고 해 주면 좋겠어.
ㅡ그게...... 달라?
ㅡ다르지이~ 응. 하면 왠지 정 없어 보여. 말 딱 끊어버리는 것 같구...
ㅡ전혀 아닌데?
ㅡ의도는 그게 아니어도 그렇게 느껴져
ㅡ그런가......
ㅡ아 그 마침표도 꼭 그렇게 6개씩 찍지 말고!!
ㅡ알았어.
ㅡ알았어~ 해 봐
ㅡ알았어~~~~~~~ 됐어?
ㅡ응ㅎ
언어는 말과 글이 전부가 아니다.
소통을 의미하는'커뮤니케이션'을 사전에서는 '사람들끼리 서로 생각, 느낌 따위의 정보를 주고받는 일. 말이나 글, 그 밖의 소리, 표정, 몸짓 따위로 이루어진다.'라고 했다.
문자에는 '그 밖의 소리, 표정, 몸짓 따위'가 담기지 않는다.
감정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내가 어떤 감정으로 '응'이라고 답했는지 상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감정을 담기 위해 애써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소통은 서로 생각, 느낌을 주고받는 것이므로
글에 담긴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ㅡ응응!!ㅎㅎ 알겠어어~~ ^^
요즘은 비문도 애용하고 이모티콘도 곧잘 쓴다.
한글 맞춤법도 지켜야 하지만 '마음 맞춤법'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통화나 대화를 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긴 하지만.
아내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면
싸우게 되거나 할 말을 다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은,
아니다. 정말 아니다.
*여보오, 그런 거 아니야아 증마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