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운동을 했더니 아프다. 안 해도 아픈데 해도 아프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나저러나 아픈 거라면 그냥 하지 말까 싶은 생각이 잠깐, 실은 여러 번 들었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이유가 있다. 두 가지나 된다.
1) 살 빠졌죠? 소리를 자주 듣는다. 그냥 늙은 거예요. 하고 말지만, 적잖이 신경이 쓰인다. 몸무게는 그대로다. 끽해야 1kg 왔다 갔다. 그렇다면 근육이 빠진 게 아닐까? 아닌가?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어쨌든. 운동을 다시 해 보기로 했다.
2) 아이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서다. 아이는 야구 선수다. 그런데 집에 오면 운동을 통 안 한다. 운동 좀 하라고 잔소리를 해도 그때뿐이다. 하루 종일 운동을 하다 집에 왔으니 그럴 만하다 싶지만, 그게 또 부모 욕심에 그렇게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서로 퉁퉁거리게 되고, 괜히 엉뚱한 데서 텅 하고 터지게 된다. 그래서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자 결심했다. 내가 하면 아이도 하겠지. 뭐든 따라 하는 녀석이니까.
과연 효과가 있었다. 어제저녁, 야구 중계를 보며 스쿼트를 했다. 처음에는 "아빠, 뭐 해?" 하며 히죽거리기만 하더니, 100개쯤 넘어가자 옆에서 따라 하기 시작했다! 이때다 싶어
이제부터 허
아빠랑 하
같이 히
운동 허
같이 히
어어? 허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파에 드러누우면서 "과유불급이야, 아빠" 하는데 나도 모르게, 잠깐 정신이 나갔었는지, 러너스 하이 뭐 그런 거였는지.
과유불급 흡
이라니 히
매우 후
적절하다 하
그냥 항
공부를 흐
시킬까 하
생각을 하며 계속 스쿼트를 하다 오늘,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오늘은 턱걸이를 할 계획인데 내일은, 숟가락을 들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오늘도 운동을 할 것이다. 스스로와의 약속이나 아이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로서의 역할, 의무 같은, 그 정도로 비장한 각오까지는 아니고. 해 보니 나쁘지 않다, 일정 부분 좋았다 정도? 계속할 이유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