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푸른 들판

by 소기


비행기를 타는 일은 어린 아들 녀석에게 처음부터 아무 문제 될 것이 아니었다. 20개월 즈음에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에는 이륙 직전에 잠이 들더니 착륙하고 나서 잠을 깨는 지극한 효성을 보여 주었다. 오히려 늙은 아비는 귀를 막고 침을 모아 삼키고 별 유난을 떠는데 녀석은 마치 마을버스를 타는 듯 여유롭기만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승무원 누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뽀로로와 핑크퐁에 몰입하는가 하면 그 와중에도 몇몇 우는 아이들을 걱정스레 바라보기까지 했다. 아, 아빠는 언제쯤 저리 비행기를 잘 탈 수 있을까.


제주도에 도착했다. 날씨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설마 설마 하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는데,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일기예보에 대해 짧은 탄식을 하였다. 그러나 뭐 안 좋다 했으나 좋았으니 그저 좋았다.


오설록 뮤지엄에 갔다. 뮤지엄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한 것은 아이스크림을 먹고 풀밭을 뛴 게 전부. 녹차랑 한라봉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둘 다 참 맛있었다. 무엇보다 아이가 잘 먹어 더 좋았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른 것까지는 아니지만 잘 먹는 것을 쳐다보는 일은 참 기분 좋고 감사한 일이다.


오설록 뮤지엄 주차장 옆에 있는 이 풀밭에서 아이는 30여 분을 쉴 새 없이 뛰고 뒹굴며 까르르 웃었고, 결국 떠나기가 아쉬워 서럽게 울었다. 뛰어놀 풀밭이면 충분했다. 그렇지만 아빠는 아이에게 더 많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그게 다 몸과 마음이 자라는 양분이 되겠지.


세계자동차박물관. 여기를 찾은 이유는 100% 아이 때문이다. 본능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아이의 지극한 자동차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수많은 종류의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구경할 수도 있지만, 타 볼 수도 있다. 실제 전기자동차를 운전해 볼 수도 있다. 전기자동차 운전 체험을 마치면 아이에게 모의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주는데, 36개월 이상만 준다고 해서 우리 아이는 받지 못했다. 어차피 운전은 보호자가 하는 건데 그냥 좀 주면 어떤가 싶기도 했지만, 즐거웠으니 그만.


둘째 날, 우도를 찾았다. 날씨는 여전히 눈부셨지만 바람이 좀 강하게 불었다.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배를 타고 15분 정도 가면 우도에 도착한다. 우도 안에서는 셔틀버스가 10-15분 간격으로 다니므로 그 버스를 타고 다니며 구경을 하면 된다. 바다 색이 참 예뻤다. 그냥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색. 사실 어디가 어딘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지만 그 좋은 느낌만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도에서 마지막으로 들렀던 곳이 이름이…… 암튼 모래 대신 팝콘 같은 작고 부드러운 돌멩이로 이루어진 해변이었다. 예쁘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놀기에 매우 좋았다. 땅콩 아이스크림도 참 맛난데, 꼭, 뭐라더라… 우도의 왕자? 거기서 안 먹어도 될 듯. 다 비슷비슷한 맛… 일 것 같다. (먹어 보지도 않고 꼭 그러더라, 나는)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착하게도 잠이 들었다. 그 덕분에 꼭 가 보고 싶었던 해물라면집에 들렀다. 5분 간격으로 끓여 달라 했다. 한 명이 먹을 때 다른 한 명은 아이를 안고 있어야 하니까. 그래도 충분히, 어쩌면 그래서 더 맛있고 즐거웠다.


마지막 날, 이름 예쁜 애월의 예쁜 브런치 카페 ‘애월더선셋’에 들렀다. 풍경이 정말 좋다. 여행의 마무리로 제격이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정말 많다. 다행히 우리는 아침에 일찍 와서 운 좋게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데, 11시 정도만 되어도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한 시간씩은 기다려야 한다. 이름처럼 선셋이 정말 예쁠 것 같다. 다음에 올 때는 미리 예약을 해서 선셋을 보러 와야겠다.


이것저것 수많은 여행이 있지만, 가족과 함께 가는 여행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싶다. 언제 어디를 가든 만족스럽고 기쁘고, 감사하다.


image.png 됐고, 얼른 비행기나 태워 줘.











(2016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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