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중에 제일 좋은 제주도는

by 소기


세 식구가 떠나는 첫 번째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의 시작은 결심하고 준비를 시작하는 순간부터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 가자 하는 순간 이미 행복해지더군요. 딱 기분 좋은 온도와 빠르기의 바람이 가만히 뺨을 스치고 지나는 듯한. 마음은 이미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곳, 제주도입니다.


아이(남, 23개월)는 참 효성이 지극합니다. 어떻게 해야 엄마, 아빠가 덜 힘든지를 정확하게 알고 실천하는 아이입니다. 김포공항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고구마도 와구와구 잘도 먹더니 비행기에 타서는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이내 잠이 들었습니다. 비행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처음 태우는 거라 걱정을 했었거든요. 그리고 신기하게도 착륙하니까 슬그머니 눈을 뜨더군요. 응, 여기가 제주도란다.


밥부터 먹어야죠! 그래야 합니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며 여행에서 먹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하였습니다. (나는 국문과를 나온 게 맞는가. 그리고 역사를 함부로 입맛에 맞게 왜곡해도 되는가.) 아무튼,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금돈지’라는 식당인데요, 1미터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갈치가 나옵니다. 굵은소금을 잔뜩 뿌려 놓아서 약간 짜기는 한데 살이 정말 두툼하고 소금이 씹히는 느낌이 오히려 입맛을 돋우는 것 같습니다. 먹을 때는 모르고 다 먹고 나서 좀 짰나? 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산굼부리’입니다. ‘굼부리’는 분화구를 뜻하는 제주도 말이라고 합니다. 입구에서부터 한 10분, 15분 정도 걸어올라 가면 산 정상에 분화구처럼 가운데가 푹 꺼진 지형이 나옵니다. 그것도 근사하긴 했지만 잔디와 억새로 뒤덮인 평원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는 거의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습니다. (결국 밤에 자다가 다리가 아프다며 울기는 했지만요.)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간다면 추천합니다. 애 풀어놓고 잔디밭에 가만히 앉았다가 누웠다가만 해도 ‘아- 참 좋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특히, 일몰이 정말 근사합니다. 멀리 한라산도 보이고요. 일몰 시간에 맞춰 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녁은 당연히 흑돼지를 먹으러 갔습니다. (왠지 그런 법 조항이 있을 것만 같기도) 이름이 생각이 잘 안 나는 걸 보니, 별로였나 봅니다.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너무 정신없고 좀 불친절했었습니다. 엄청 큰 가게였습니다. 주차장에 관광버스가 가득하고 식당 안에 무려 에스컬레이터가! 아무튼 흑돼지를 먹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정말 여유 있게, 느리게, 천천히 쉬었다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첫날은 여기까지.


둘째 날 아침으로는 김밥과 국수를 먹었습니다. 서울에도 있는 반듯하신 김 선생 댁에서요. 23개월밖에 안 된 녀석이 김밥 한 줄 다 먹고 엄마 국수도 뺐어 먹고 나와서는 빵을 사 달라고 해서 빵도 사서 쥐어 줬습니다. 정말 오래오래 열심히 열심히 일해야겠습니다.


‘에코랜드’에 갔습니다. 아이와 함께라면 여기도 정말 최고입니다. 에코랜드는 테마파크인데요, 숲과 호수, 테마공원 등을 기차를 타고 돌며 즐기는 곳입니다. 동화에 나오는 것 같은 예쁜 기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각각의 테마가 있는 역이 나옵니다. 지나쳐도 되고 내려서 놀다가 5~10분마다 오는 아무 기차나 타고 다음 역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첫 번째 역이 에코브릿지역입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호수 위에 수상 데크(나무로 된 다리)가 설치되어 있어 그 위를 걸으며 경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광고 촬영장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더군요. 사람이 참 많았는데도, 웃고 떠들고 했는데도, 참 조용하고 신비롭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데크에 난간이 따로 없이 철사를 두어 개 걸어 놓았는데, 이게 참 아이가 있으니까 위태위태해 보였습니다. 수영을 꼭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였지요. 그다음이 레이크사이드역인데요, 범퍼보트 같은 놀이시설도 있고 대형 풍차, 탐험선 등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그다음 역이…… 뭐더라……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꽃들이 가득한 정원을 테마로 한 역도 있고요, 허브 평원 같은 곳도 있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가득한 곳도 있고 그렇습니다. 설명을 쭉 보시면 느끼실 수 있겠지만 에코랜드가 참 좋은데 단점은 나중에 좀 살짝 아주 살짝 지루해지기도 한다는 점이죠. 내리지 말까 하고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기도 했고요(실패). 그렇지만 가족 여행이라면 꼭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image.png 꿈과 환상과, 이제 그만...의 에코랜드


놀았으니 이제 또 먹어야죠. 음…… 둘째 날 점심에도 뭔가 유명하다는 걸 먹긴 했는데, 분명 그랬는데…… 기억이 안 나네요. 사진을 보아도 대체 이게 뭔지 잘 모르겠는 걸 보니 별로였나 봅니다.


숙소로 왔습니다. 응? 벌써? 하실지 모르겠는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정말 여유 있게, 느리게, 천천히 쉬었다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숙소! 숙소에서 다 같이 낮잠을 자고 숙소에 있는 온수풀에서 물놀이를 했습니다. 아이도 처음에는 겁을 먹고 엄마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더니 좀 익숙해지니 제법 놀더라고요. 샤워장에 아이를 데리고 가서 씻기는데 뭔가 뿌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들이 주말마다 싫다는 애를 굳이 깨워서 목욕탕에 끌고 가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아빠와 아들이라는 것 외에 ‘남자끼리’, ‘한 편’, ‘의리’ 뭐 그런 유치한 (그렇지만 든든한) 의미들이 더해지는 것 같은, 정확하진 않지만 그런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저녁은 또 흑돼지! 이번에는 숙소 바로 옆에 있는 곳이었는데 여기가 훨씬 깔끔하고 여유롭고 맛있었습니다. 제주 흑돼지는 고유의 소스가 핵심인 듯합니다. 일반적인 삼겹살과의 차이는 바로 그 소스 맛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그 유명한 ‘명진전복’에 갔는데요. 가는 날이 정기휴일. (매주 화요일이 정기휴일)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간 곳은 분명 제주도인데, 마지막 날까지 바다를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월정리(였던 거 같은…)에 갔습니다. 물 색깔도 정말 예뻤고, ‘바다, 바다야.‘ 하며 뛰어다니는 아이도 참 고왔습니다.


제주도는 참 좋은 곳입니다.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이 가장 좋았습니다. 가족과 함께였기 때문이겠죠. 자주 여행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돈과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은 여행, 그 중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여행이 아닐까 싶습니다.











(2015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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