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왔지만, 강원도

by 소기


기록할 것

여행을 다녀온 것이 분명하다. 아마 강원도 홍천일 것이다. 그러나 이상하리만치 그 이상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역시 기록하지 않은 탓이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조금 아프다 싶을 정도로 더듬, 꼬집을 때쯤에야 비로소 생각이 나기 시작한다.


해닭은 순한 맛을

비가 왔다. 꽤 많이 내렸다. 이거 이거 방에만 있다 가는 거 아냐, 뭐 아무렴 어때.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이들과 1박 2일 가족 여행을 갔다. 홍천에 있는 '해닭'이라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해물닭볶이'라는, 해물과 닭을 넣고 볶은 (이런 설명이라면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뻔했을) 요리를 하는 식당이었다. 꽤 인기가 있는 집이라 그런지 비가 그렇게 오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걸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번호표를 받고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듯하다.


다행히 바로 옆에 카페가 있어 커피 한 잔 하며 기다릴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물론 더 자연스럽고 개운하겠지만, 비가 왔고 여행을 왔고 아직은 조금 어색한 사람들이 카페에 모였으니 커피 한 잔 하는 것이 퍽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무언가 골라야 하는 순간이 오면 늘 떠오르는 것이 '반반무마니'. 당연하게 우리는 순한 맛 하나, 매운맛 하나를 주문했다. 아이들을 위해 오뎅탕과 주먹밥을 잊지 않았다. 처음 먹어본 해물닭볶이는 아주 맛있었다. 특히 순한 맛의 달고 매운 밸런스가 아주 적당했다. 먹고 나면 입안에 남는 느낌이 딱 감칠맛 있다 할 정도라 좋았다. 매운맛도 맛있었지만 단맛에 비해 매운맛이 지나쳐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드신다면 순한 맛을 먼저 드셔 보시는 게 좋을 듯하다. 다 먹고 밥을 볶아 먹었다.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비가 오고 그치고 아이들이 뛰었다

비가 많이 왔다. 조금 그치는가 싶더니 숙소에 도착하자 다시 쏟아졌다. 그렇지만 매번 그렇듯 날씨가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비가 오니 또 그대로 좋았다. 비가 와서 숙소를 200% 즐길 수 있었다. 숙소 구석구석까지 발자국을 남겼다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같은 풍경을 창문 너머로 보고 베란다에서 보고, 베란다 이쪽 끝에서 보았다가 저쪽 끝에서 보았다가 했다. 뭐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굳이 다른 걸 떠올려 보자면...... 어디 보자, 뭐가 달랐냐면...... (분량을 늘리려고 수작을 부린다 오해할 수 있으니) 이쯤 해 두겠다.


역시 숙소가 좋아야 한다. 밖은 언제나 뛰어놀 풀밭이면 충분하다. 소노펠리체는 이런 집에서 살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호텔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부엌이 커서 실제 살림살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온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곧 TV를 본다. 이따금 창밖을 본다. 나이가 비슷해 그런지 금방 친해졌다. 아이들이 있는 풍경은 참 평화롭고 감동적이다. 그 풍경을 맥주 한 잔 하며 보면 더욱 그러하다.


어른들은 맥주를 먹고 고기를 마신다. 처음에는 아이들을, 그리고 그 너머의 창밖을 보던 시선이 차츰 서로를 본다. 그렇게 시선이 옮겨 가는 것이 신기하다. 어느새 눈을 맞추는 일이 자연스럽다. 밤이 깊어가고, 비는 여전하다. 그래도 여행인데, 좀 미안했는지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비 오니 좋다,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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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비가 그쳤다. 아이들이 뛴다. 숙소 문을 열고 나오면 잔디밭이다. 아이들이 뛰지 않는 게 이상할 공간이 거기에 있었다. 아이들이 뛰는 걸 보니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함께 15분 정도 뛰었다. 한 시간 넘게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다.











(2018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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