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의 화성 탐사

by 소기


이사

49개월이다, 우리 아이와 같다.


이곳으로 이사하고, 첫 주말에 아이가 태어났다.

눈이 엄청나게 내리는 밤이었다.

맛있다는 만둣집에서 만두를 먹은 밤이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집을 보러 왔었다.

가는 길이 참 좋았다.

초록빛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다.

봄이면 벚꽃이 참 예쁘겠다 했었다.

이듬해 봄에도 색이 좀 옅어졌을 뿐 초록빛이었다.

지금도 밝기가 조금씩 다를 뿐 늘 초록빛이다.


내일이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49개월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간다.


이사하기 이틀 전에 써 놓은 글이다.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이사를 하고 아이가 유치원에 가는 것. 그리고 좀 쉬어야 했다. 우린 힘이 들었고, 아직 일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하프 타임이 있듯, 잠시라도 여행을 다녀오자 했다.




좋은 호텔의 기준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자란다. 호텔을 고르는 기준이 달라졌다. 우선 놀 것이 있어야 한다. 실내든 실외든 놀이터가 있으면 가장 좋고 하다 못해 뛸 수 있는 풀밭이라도 있어야 한다. 수영장이 있다면 최고다. 온돌방이 있거나 킹 사이즈 침대에 안전바를 설치할 수 있어야 한다. 2시간 안에 갈 수 있는 곳이 좋다. 조식에 밥과 (짜지 않은) 반찬이 있으면 더할 나위 없다. 뷰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같은 것은 18위 정도(로 하락했)다. 이러한 기준에 딱 맞는 곳이 바로, 롤링힐스 호텔이다.


넓지는 않았지만 두어 시간 뛰어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가 있다. 아이는, 계단을 올라 미끄럼틀을 타고 볼풀로 폭! 잠겼다가 기어 나와, 놀이터 가운데 있는 정글짐(? 거대한 뜨개질 작품 같이 생겼다)으로 들어갔다 나와서, 타이어에 매달려 흔들흔들하다가, 놀이터를 한 바퀴 뛰고는 다시 계단을 올라… 이 과정을 30여 번 반복했다. 그러면 잠들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혀까지 풀려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안 졸려, 안 졸리다구우~” 하면 기절 직전까지 온 것이다. 아이는 마지막 힘을 다해 방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텼지만 한 시간마다 청소시간이 있어 모든 아이들이 빠지자 매우 순순히 놀이터를 나왔다. 어린이집에서 배운 것이리라. 학습의 힘은 대단하다. (*온수가 나오고 유아풀이 따로 있는 수영장이 있지만 아이가 감기에 걸려 이용하지는 못했다.)


킹 사이즈 침대는 세 가족이 자기에 충분히 넓었다. 안전바도 설치할 수 있어서 아이가 (또는 어른이) 떨어질 염려도 없어 마음이 놓였다. 거기다가 호텔 이불과 베개는 대체 왜 그렇게 푸근한가. 어디서 살 수 있는가. 얼마면 살 수 있는 것인가. 잠자리가 편한 것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기준이다.


롤링힐스는 화성에 있다. 서울에서 가더라도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다.


조식은 다양한 편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 먹이기에는 딱 좋다. 밥과 반찬이 많아서 한끼 든든히 먹일 수 있다. 아이가 잘 먹으면 좋다. 더 바랄 것이 없다.


여러모로 롤링힐스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이와 함께 여행할 계획이라면 고려해 볼 만한 곳이다.




빙하기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체크 아웃을 하고 바다를 보러 갔다. 2월의 바다는, 얼어 있었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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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츠크해가 아니라 제부도 앞 바다인데 말이다. 하지만 그 또한 보는 맛이 새로워 좋았다. 이국적이고 신비로웠다. 제부도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등대는 하얀 바다와 어우러져 더욱 선명한 빛이었다. 그치만 너무, 너무 추웠다. 날이 좀 풀리면 다시 오기로 하고 서둘러 차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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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그렇다. 돌아갈 곳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어릴 적 가족이 함께 며칠이라도 나갔다 돌아오면 부모님께서는 늘, 집이 최고다 하셨다. 좁고 답답하기만 한 집을 왜 최고라고 하는지 그땐 알지 못했다. 지금도 확실치는 않지만 조금은 알 것 같다. 신선하고 흥미롭진 않지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곳이 집이다. 건물만이 아니라 마음 안에, 어쩌면 마음이 곧 집인지도 모르겠다.




사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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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니, 또 집보다 여행을 가고 싶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18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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