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읽기 AZ 12
차라투스트라는 동지들에게 말한다.
“벗이여,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사납고 거센 바람이 부는 곳으로! 파리채가 되는 것이 너의 운명이 아니니.”
“고독이 끝나는 곳, 그곳에 장이 열린다. 그리고 장이 열리는 곳에 위대한 배우들의 소란이 시작되며, 독파리들이 윙윙대기 시작한다.”
자립을 견디지 못하는 순간에 우리는 무엇이든 교환되는 시장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는 자본가와 앞잡이들이 연출하고 연기한다. 속물적 대중들은 연출자와 배우들을 명사로 만들며 추앙하는데, 그들이 비싸게 치러야 하는 것은 몇 푼의 돈이 아닌 그들의 존재-시간이다.
“시장터는 거드름을 떠는 익살꾼으로 가득하다. 민중은 저들의 위대한 사람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민중에게 있어서 시간의 주인은 바로 저들이니.”
한편 창조적 행위는 꺼림칙한 것이 된다. 그래서 대중들은 항상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자들의 피를 빨려 들며 온갖 구실로 응징의 행위를 가하려 한다.
“저들은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고 너의 피를 빨려 든다. 핏기 없는 저들의 영혼이 피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들은 아무 가책을 느끼지 않고 마구 쏘아대고 있는 것이다.”
“모든 깊은 우물에 있어서 체험은 더디다. 무엇이 그 깊은 곳에 떨어졌는지를 알아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것이다.”
대중은 기다리지 않고, 그들의 적이 될지 친구가 될지 선택하라고 종용한다.
“저들은 너 또한 그렇다거나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를 바라고 있다. 슬픈 일이로다. 너는 찬반의 기로에 자리하려는가?”
차라투스트라는 진리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시장터와 명성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그것에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더 이상 저들을 잡아보겠다고 팔을 들어올리지도 말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이 저들이고. 파리채가 되는 것이 너의 운명이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