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저널을 챙기고 출발하는 2일 차.
원래는 <호주우유공사>라는 차찬텡 집을 갈려고 했는데, 휴무일이어서 급하게 노선을 틀었다. <카페 드 코랄>은 맥도널드처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집이다. 맥도널드와 인테리어, 주문구조가 비슷했다. 키오스크 높이까지도 비슷한 것처럼 느껴졌다.
'차찬텡'은 차와 함께 먹는 홍콩의 간단한 아침식사를 말한다. 주로 볶음면이나 국수, 런천미트와 계란프라이, 마카로니 수프 등을 먹는다고 한다. 여행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백종원 아저씨의 홍콩 먹방 영상을 보고 열심히 배웠다.
내가 시킨 메뉴는 가장 일반적인 것 같다고 생각한 볶음면과 런천미트, 계란프라이와 아이스 밀크티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볶음면파와 따뜻한 국수파가 나뉘어 있어 재미있었다. 런천미트는 확실히 고기보다는 밀가루가 좀 더 많았다. 볶음면은 면이 얇고 단단하고, 숙주와 버섯이 같이 볶아져 있어 맛있었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많은 양... 계란프라이를 추가했는데 두 개를 줄 줄은 몰랐지모야. 아이스 밀크티는 달았다. 전반적으로 음식에서 밀가루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거위씨가 시킨 메뉴는 어묵이 들어간 볶음면과 죽, 마카로니 수프였다. 처음 보는 메뉴들을 하나하나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어묵은 한국의 어묵보다 좀 더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맛이었다. 한펜에 가까운 느낌. 죽은.. 그냥 죽이었다. 신기한 것은 마카로니 수프였다.
백종원 아저씨가 소개한 마카로니 수프. 맑은 국물에 마카로니가 들어가 있는 것은 처음이다. 영상에서는 익숙해질 수 없는 맛이라고 했는데, 막상 먹어보니 그냥 삶은 마카로니여서 오히려 친숙했다. 달달한 물에 마카로니를 말아놓은 맛.. 이렇게 적으니까 맛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달달한 밀가루는 맛있으니 걱정하지 말자.
澳洲牛奶公司라는 이름의 차찬텡 집. 백종원 아저씨 덕분에 알게 된 집이다. 백종원 아저씨 짱! 아침부터 줄이 엄청 길었다. 하지만 홍콩의 자연스러운 합석 문화 덕분인지 금방금방 줄이 빠진다. 홍콩에서는 한 테이블에 모르는 사람과 함께 합석하는 문화가 있다. 빠른 회전율을 위한 조치인 것으로 보인다. 혼자 여행한다면 식당 앞자리에 모르는 사람과 각자 휴대폰을 보며 식사하게 될지도..
아침식사로 유명한 집인 것 같다. 우리는 계란 샌드위치와 밀크티를 주문했다. 정말 두꺼운 빵 안에 계란 스크램블이 가득 있어서 부드럽고 아침부터 가속노화를 즐길 수 있는 맛. 완전 달달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혈당이 높아질 맛이다.
왼쪽 사진의 푸딩이 맛있어 보여서 하나 시켰다. 하얀 푸딩으로 주문했고 완전 달달 고소 폭신해!
사진에서 보이는 빵이 굉장히 두꺼워 보인다. 실제로도 두께가 꽤 있었다. 하지만 빵이 밍밍하게 느껴질 일은 없었다. 스크램블이 상당히 많이 들어있었기 때문! 맛있는 집이었다. 사실 여기서 식사를 할 때에 이 집이 맛집이라고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공항에서 맥도널드의 차찬텡을 먹자.. 아, 호주우유공사가 맛있었지 하는 것이다.
호주 우유공사와 함께한 저널. 왜 이름이 호주 우유 공사일까? 붓글씨로 적힌 간판은 늘 멋있어 보인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록차>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너무 좋은 곳이었다. 비싼 딤섬과 차를 파는 곳인데, 여유로운 점심을 즐길 수 있을 듯 해 기대가 많았다. 문화공간의 1층에 위치해 있다. 미음(ㅁ) 자로 구성된 문화공간의 안쪽 정원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었다. 고층빌딩들 사이에 3층주택으로 둘러싸인 공간. 행사준비도 하고 있는 듯했다. 문화공간에는 식당뿐 아니라 갤러리, 서점 등 여러 가게들이 모여있다. 테라스에서 따뜻한 바람을 쐬며 식사하는 경험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각자 차와 딤섬을 주문했다. 먹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로망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그림도 좀 그려봤다.
순서대로 주문했던 딤섬들
첫 번째 딤섬은 찹쌀 피로 덮인 듯한 느낌에 안쪽에 허브와 꽃이 들어있었다. 향이 강해 익숙하진 않았지만 새로운 맛이었다. 야채가 많이 들어있어 상큼함이 가득했다. 두 번째 딤섬은 피와 속이 별개로 오는 딤섬이었다. 내용물만 먹을 때에는 마찬가지로 향이 너무 과해 잘 삼키기 못했는데, 같이 나온 유부피와 소스를 찍어 먹으니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따로 없었다. 모든 음식은 나온 모든 재료를 합쳐서 의도한 맛을 즐겨야 한다.
차와 앞에 있던 건물을 끄적인다. 대화를 하며 그리다 보니 창문의 개수라던지 문의 디자인이라던지 디테일을 뒤죽박죽 하게 그려버렸다.
홍콩 관광공사 홈페이지의 추천 글을 보고 도착한 두부푸딩가게, 콩공장.. 실제로 만난 두부 푸딩은 폭신해 보이고, 양이 상당했다. 가게분위기는 김밥천국정도의 느낌? 동네 분식집 같은 친근함에 살짝 놀랐던 것도 있다. 홍콩 관광공사 홈페이지에서는 디저트 전문점처럼 표현했기 때문이다. 한 시간을 걸어왔고 기대하던 디저트! 였기 때문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한 입 먹었다.
참, 두부 푸딩은 단맛/달지 않은 맛을 선택해 주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단맛을 선택!
결론 : 순두부임.
하.. 그래도 고소하니 맛은 있었다. 너무 밍밍해서 앞에 있던 간장을 넣었다. 한국인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근데 간장이.. 좀 달다? 짠맛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달았던 간장. 사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간장이 아니었던 것 도 같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반절을 남긴 채 마무리했다.
우리가 나갈 낌새를 보이자 직원 아주머니 분이 오셨는데 ㅋㅋ
직원 아주머니 : 홍콩어로 쏼라쏼라 (너네 왜 간장을 넣었어~~ 아휴!)
나 : 아~~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며)
직원 아주머니 : 홍콩어로 쏼라쏼라 (주문서를 보시더니) ( 푸딩도 단거를 시켰네!! 간장 말고 소금?처럼 보이는 가루를 넣어야지~~)
나 : (놀랐다.) 몰랐어요 ㅜㅜ
뭐랄까 말 한마디 안 통하지만 서로의 의사를 알아들을 수 있었던 재미난 기억이다. 타박 아닌 타박을 듣는 게 친근해서 추억이 생긴 듯하다.
간단하지만 알차고 매력적이었던 홍콩의 식사들, 여기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