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현대판 아메리칸드림
아메리칸드림이란?
아메리칸드림(American Dream)은 미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미국적인 이상 사회를 이룩하려는 꿈을 뜻하는 말로 미국인이라면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소망으로 무계급 사회와 경제적 번영의 재현, 압제가 없는 자유로운 정치 체제의 영속되는 개념을 포함한다. 하지만 아메리칸드림은 반드시 미국인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미국의 이민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비교적 이민이 자유로웠던 미국으로 건너 간 외국인들이 미국에 가면 무슨 일을 하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 또한 아메리칸드림에 해당한다.
- 출처: 위키 백과
한국의 미국 이민 역사
한국인의 미국 이민 역사는 오래되었다. 한국인의 최초 미국 이민 기록은 20세기 초, 1902년 갤릭호를 탄 102명의 한인 노동자가 하와이로 이주한 것이다. 1902년부터 1905년까지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의 수는 약 7200명 정도로 추산되며 당시 노동자들은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동하였으며 계약 기간이 끝나고 미국 본토로 이주한 사람들은 대게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1924년 이민법이 제정되면서 아시아인의 이민을 사실상 금지하였지만 전쟁고아, 미군과의 결혼으로 이민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하며 1965년 미국 이민법이 개정되며 이민자의 수가 증가하였다. 특히 1970년 대 취업 이민이 증가하며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직의 이민 증가와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이민 수가 증가하였다.
영화 '미나리'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는데, 주인공 제이콥과 모니카 부부는 캘리포니아에서 알칸소로 이주한 한인 이민자이며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며 자신들의 농장을 만들고자 한다. 영화 속 모니카는 한인 교회를 통해 알칸소 내 한인 커뮤니티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되는데, 이는 목회자 및 교회활동을 통한 이민도 활발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기업가, 투자자, 유학생, 결혼 이민 등 다양한 경로의 이민이 확대되었고 로스앤젤레스, 뉴욕 내 대규모 한인 타운 형성, 미국 태생 2세, 3세 한인들의 미국 주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다. 또 한인 청년들의 글로벌 진출이 많아지며 비영주권자로서 유학생, 취업비자 소지자도 많아지고 반대로 한국으로의 역이민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1970년대 이민
그렇다면 당시 1970년 한인들은 '도대체 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된 것일까? 감히 추측하자면, 더 나은 삶과 기회 때문이 아닐까 싶다. 1970년 당시 한국은 개발도상국으로, 한창 산업화가 진행 중이었지만 경제적 불평등과 생활고가 심했다. 당시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며 더 나은 소득과 자녀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당시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과 미래 안정성을 위해 이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며 특히 이민법의 개정으로 이민 신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고 한다. 특히 1960년-70년 대에 한국 내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 층이 증가하면서, 유학생들의 이민이 활발해지며 미국의 간호사, 의사, 과학자, 기술자 수요와 맞물려 전문직 종사자들의 이민이 증가하였다. 한국 간호사 대량 이민도 이 시기에 많이 일어났다고 한다.
또한 당시 정치적,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환경이 이민을 택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와 정치적 탄압, 언론 통제 등으로 인해 자유를 갈망하는 지식인이나 정치적 반대자들이 미국이민을 택하기도 했으며 1972년 유신체제 발표로 인해 이민이 더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1970년대 한국인의 미국 이민은 기회의 확장, 정치적 안정 추구, 가족 단위 정착이라는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추측할 수 있다.
1980-2000년대의 이민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인의 미국 이민은 이전보다 더 다양화되고 체계화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이 시기의 가장 큰 이민 동기는 '자녀의 더 나은 교육'이었다. 미국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환경, 명문 대학 진학 기회, 영어 습득 등이 중요하게 여겨졌으며 조기 유학을 시작으로 가족 전체 이민의 형태가 많았다. 특히 1980년-90년대 중반까지 한국의 경제 성장으로 인해 일부 중산층 이상 가정은 투자이민을 통해 이민하기도 하며 미국의 안정된 생활환경과 은퇴 후 삶을 고려해 이민하는 경우도 증가했을 것이다.
1970년대와 비슷하게 전문직 이민도 증가하였는데 IT, 의료, 과학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하였으며 1990년대 이후 취업 비자와 이후 영주권 취득경로로 이민한 경우가 많았다. 이 시기에 한국에서 학위를 마치고 미국에 유학 온 뒤 취업 후 이민하는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유학생 수가 폭발적을 증가했으며, 유학 후 현지에서 정착해 영주권 또는 시민권을 취득하고 특히 석박사 학위 취득자들이 미국 대학, 연구소, 기업에 정착하는 패턴이 두드러졌다. 더 나아가 한국 내 입시 경쟁, 취업난, 부동산 문제, 사회 불평등 등에 회의감을 느낀 일부 계층이 미국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많았고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 불안감으로 인해 이민 수요가 일시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당시 한국계 미국 시민과 결혼하여 이민하는 경우도 꾸준히 존재하였고 이미 미국에 이민 간 가족을 초청하는 가족 초청 이민 역시 주요 경로이다. 나의 고모들도 1980년대 한국계 미국 시민과 결혼하여 미국 이민을 시작하였고 내 남편의 가족 역시 이미 미국에 정착한 가족의 권유로 미국 이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따라서 1980~2000년대 한국인의 미국 이민은 자녀교육, 전문직 취업, 사회 안정 추구, 경제적 여유 등에 따른 이민 다변화가 핵심 동기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현대판 아메리칸드림?
요새 한국 청년들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유튜브만 봐도 워킹홀리데이, 미국인턴, 해외 취업, 유학생 브이로그 등 다양한 형태의 한국 청년층의 해외 진출 모습을 볼 수 있다. 내 주위 친구들도 10명 중 6은 해외에서 유학, 인턴 등 무언가를 하고 있고 J-1 비자 (미국 인턴 비자)의 경우 1년 후 본국에 돌아와야 하는 비거주자 비자이지만 이미 많은 학생들이 미국 내 신분 변경으로 체류하게 되자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MZ세대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동기와 가치관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겠다
MZ세대의 특성은 개인의 삶의 질, 자율성, 다양성을 중시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존중하는 문화와 시스템이 강하다고 인식되며 성소수자, 비정규 경력,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더 포용적인 환경이라고 느껴진다. 특히 한국 사회의 과도한 경쟁과 압박을 회피하기 위해 오기도 하는데, 과도한 입시 경쟁, 취업 스트레스, 긴 노동시간, 직장 내 위계 문화등에 지쳐 새로운 곳에서 도전하기 위해 오기도 하며 '헬조선'이라는 표현처럼 한국 사회가 개인을 지치게 만든다는 인식이 있지만 반대로 미국은 상대적으로 워라밸과 개인 존중 문화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내가 미국에 가겠다고 결정했던 이유와 같이 글로벌 커리어와 경험을 위해 이민 오는 경우도 다수라고 생각한다. 영어 능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기업, 해외취업, 원격근무 등 글로벌 커리어를 꿈꾸는 경우가 많으며 실리콘벨리, 뉴욕, LA 등은 여전히 MZ세대가 선망하는 커리어 중심지이다. 수출이 내수 경제의 70%가 되는 한국에서 글로벌 커리어는 더 큰 기회를 가져다주며 침체기인 한국 취업 시장에서 해외 경험의 스펙은 이미 채용 조건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자녀 양육과 교육 환경도 여전히 이민의 요인이 될 수 있는데 덜 경쟁적이고 창의 중심의 교육 환경을 선호하며 영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곳에서의 삶을 더 긍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한국의 경쟁적인 입시와 취업 시장에 있어본 사람으로서 경쟁적인 환경이 사람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고 내 자식들은 더 큰 곳에서 자유롭게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이외에도 MZ세대는 디지털 유목민 (Digital Nomad) 마인드가 깔려있어 온라인 기반 원격근무, 프리랜서/스타트업 문화에 익숙하며 미국의 다양한 도시나 지역에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려는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꼭 영주권이 아니더라도 미국 내 장기체류를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기를 선호하며 한국의 정치 양극화, 여성혐오, 세대갈등, 부동산 문제 등에 염증을 느끼며 '더 나은 민주주의', '다양성 존중', '차별 없는 사회'를 찾아 미국을 선택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MZ세대는 경쟁 회피, 삶의 질 추구, 자유로운 커리어와 라이프스타일, 글로벌 마인드 등을 이유로 미국 이민에 매력을 느끼며 반드시 이민이 아니더라도 장기 체류, 원격근무 기반의 해외 생활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과거나 지금이나 동일한 것은 아메리칸드림이라는 것이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고 쉽지만 않다는 것이다. 이곳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 하나로 오기에 이민자의 삶은 과거나 지금이나 힘든 것은 똑같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이민자들은 영어를 거의 모른 채 이민한 경우가 많았고 통역이나 번역도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어 장벽에서 오는 큰 괴리감이 존재했을 것이며 현재는 다양한 커뮤니티, 블로그, 심지어 브런치까지 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이민 관련 정보나 절차, 법률, 생활정보 등 정보의 공유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대부분 노동직, 자영업, 저소득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언어나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고학력자라도 청소, 배달 등을 해야 했으며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과 희생이 필요했을 것이다. 현재는 K-Culture (K-pop, K-food, K-beauty 등)의 발달로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전보다 나아졌지만 당시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 노골적이었고, 사회적으로 매우 고립되었을 것이다. 특히 1992년 LA폭동은 한인 이민자들의 소외된 중간자 정체성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정체성의 충돌, 즉 미국에 적응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한국 문화 유지 사이에서의 갈등과 이는 자녀 교육에서도 충돌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현재의 이민자는 조금 다른 이유로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워낙 마주할 수 있는 정보가 다양하기 때문에 오는 요즘 이민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의 이민에 대한 이상화가 높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정보도 많지만 그럼에도 한국에 비해 만족하는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기 때문에 이곳에서 얻은 장점을 부각하는 콘텐츠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대한 자유와 삶의 질이 실상은 비자문제, 비용, 외로움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높은 기대와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어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며 신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제 취업비자 (H-1B), 영주권 대기, 추첨제 등 절차가 복잡하고 경쟁도 심하며 고학력자도 영주권까지 5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주위에서 학생 비자로 체류하며 캐시 잡을 통해 생활하는 사람도 정말 많고 아파도 보험이 없어 병원을 제대로 못 가는 사람 등 우스겠소리로 미국에서는 신분이 반이라는 말까지 있다. 더구나 현재 트럼프 정권과 같이 이민자들에게 가혹한 정권이 올 때에는 불안정한 신분이 더 큰 어려움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또 MZ세대의 경우 디지털 네이티브이지만, 타지에서의 관계형성이나 사회적 소속감이 취약하며 다문화 정체성의 불안정도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의 경쟁이 싫어 미국으로 왔지만 미국 내에서도 이민자는 언제나 경쟁 속 약자이며 전문직이라도 비자만료, 차별, 승진 제한, 문화적 오해 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결론은 한국인 이민자는 미국 내 비주류이고 그래도 내 나라에서 사는 것이 편리한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도 현대판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내 삶을 정착시켰다. 한국보다 훨씬 큰 땅에 워낙 다양한 인종이 살다 보니 타인의 눈치 보지 않고 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외모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는 사회, 내가 한 만큼 인정받는 사회, 남과의 경쟁이 아닌, 스스로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실현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미국에 있으면서 한국에 열흘 정도 들어갔었는데, 신기하게도 너무나 익숙한 곳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이 나를 답답하게 했고 숨 막히게 했다. 그러나 이곳, 미국에서도 매번 느낀다. 친절함 속에 숨어있는 그들의 우월감, 언어, 문화, 사고방식의 차이, 여전히 아시아인들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 취업과 승진에 있어서도 미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내가 우선이 아니라는 그 미세한 느낌. 앞으로 살 곳이지만 여전히 이방인이라는 느낌.
정리하자면 과거 이민자는 생존을 위한 투쟁과 언어, 경제적 어려움이 컸고 현재 이민자는 자아실현과 제도적 장벽, 심리적 외로움이 더 부각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과거나 지금이나 아메리칸드림의 이상과 현실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고립감, 가족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소속감의 결핍,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과 세대 간 문화 격차, 현지 적응과 정체성 유지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내적 갈등 등 다양한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과거에 고생해 미국 내 한인 사회의 기반을 만든 이민 1세대의 노력 덕분에 현재 미국 이민, 정착은 과거에 비해 많이 수월해졌다. 그렇다면 현재, 지금 세대의 이민자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한국인이라는 것, 한국인의 자부심을 가지고 미국 내 한국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우리 다음 세대의 이민 정착을 위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몸은 고국과 멀리 있지만 나의 정체성과 가능성을 세계 속에서 펼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특히나 이 글을 전 세계 한인 이민자들에게 바치고 싶다. 어떤 이유로든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고생하고 있는 모든 한국인들에게 존경심과 경외감을 표한다. 쉽지 않은 결정을 감내하며 열심히 살고 있는 또 다른 제이콥과 모니카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