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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하 Sep 19. 2020

갯장어, 붕장어, 민물장어 차즈케

로산진의 오차즈케 시리즈 7

글 / 기타오지 로산진

번역 / 박소하



갯장어 (鱧, 하모)


오차즈케 중에서도 손에 꼽히게 맛있는 것이 바로 갯장어 차즈케다. 도미 회로 만든 오차즈케와 비교해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서양 음식이 유행하던 시절에도 교토와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 아이들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도미’나 ‘갯장어’라는 대답이 꼭 나왔다. 그만큼 도미와 갯장어는 간사이를 대표하는 미식이었다.

좋은 갯장어는 산슈에서 세토 내해까지 걸친 해역(간사이 근방 해역)에서 잡힌다. 따라서 지금도 간사이의 명물로 불린다.


갯장어는 찌든 굽든 갈아서 어묵으로 만들든 실패하기 힘든 좋은 물고기다. 그래서 구워 먹을 때 가장 맛있다. 갓 구운 갯장어를 넘어설 수는 없겠지만, 한번 식은 갯장어를 다시 먼 불에 살짝 그슬려 먹어도 맛있다. 그렇게 구운 갯장어를 뜨거운 밥에 얹고 젓가락으로 부수듯이 밀어 넣는다. 그 위에 간장을 적당히 뿌린 뒤, 교쿠로(센차의 일종으로, 수확 전에 햇빛을 가려 풍미를 극대화한 최고급 녹차)나 센차를 넉넉히 붓고 뚜껑을 잠시 덮어놓는다. 그렇게 1분 정도 찐 다음 젓가락으로 갯장어를 부숴가며 먹는다.


갯장어에는 감칠맛이 나는 지방이 있어서 맛이 과하지 않고 식감이 좋다. 하지만 이런 간단한 방법에도 간사이 사람 중에 이 오차즈케를 해 먹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도쿄에서 만들자니 쉽지가 않다. 지금 도쿄에 있는 갯장어는 대부분 간사이에서 가져오는 것이라 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에는 원래 갯장어를 쓰는 요리가 없어 어부조차 손에 넣기 힘들다. 도쿄에서 갯장어를 구하려면 간사이 음식을 하는 일류 요릿집에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도쿄에서 먹는 갯장어는 간사이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떨어진다. 도쿄 근해에서 잡은 갯장어는 살이 끈적끈적해서 먹을만한 것이 못 된다. 그래서 대신 먹는지도 모르지만, 붕장어나 민물장어를 쓰면 비슷하게 요리할 수 있다.     

illust by 토브(@tovemarine)


붕장어(穴子, 아나고)


붕장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도쿄 근해의 하네다나 오모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맛이 없다. 붕장어를 오차즈케로 만들 때도 간사이 식으로 구우면 된다. 도쿄의 장어 소스를 쓰면 달아서 느끼해진다. 간사이에서 붕장어를 구울 때처럼 간장만 발라 구워야 좋다. 오차즈케로 할 때는 작게 쓱쓱 잘라서 뜨거운 밥 위에 적당히 올리고, 역시 간장을 넣고 차를 붓는다.


붕장어도 갯장어에 가까운 풍미가 있어 맛있다. 그러나 갯장어와 달리 붕장어나 민물장어는 약간 비린내가 있어서, 차를 붓기 전에 생강 간 것이나 산초 가루를 젓가락 끝에 살짝 얹어 넣으면 좋다.


오사카의 사카이 근해에서 잡힌 붕장어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도쿄 붕장어도 좋다고는 하지만, 간사이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구워 먹기에는 사카이 것이 좋고, 찌거나 덴푸라를 할 때는 도쿄 것이 좋다.




민물장어(鰻, 우나기)


마지막으로 민물장어인데, 민물장어는 하룻밤 지난 것, 예를 들어 전날 먹고 남아 식은 것을 쓰면 좋다. 이때 간장을 발라 불에 한 번 구워야 된다. 본디 장어는 에도마에풍(옛 도쿄 식)으로 찌는 것보다, 간사이 식으로 직화에 구워야 맛있다. 달달한 간장 소스를 입히기보다는 직화로 구운 것이 오차즈케에 어울린다.


원래 민물장어를 구우면 살과 껍질이 약간 딱딱해지는데, 오차즈케를 할 때는 뜨거운 차를 붓고 잠시 뚜껑을 덮어두기 때문에 직화로 구웠어도 껍질이 금방 불어서 부드러워진다.


민물장어는 냄새가 있는 편이라, 오차즈케를 할 때 신중하게 고르지 않으면 맛이 없다. 일단 양식 장어는 절대 안 된다. 양식 장어는 냄새 여부를 떠나 부드럽기만 한 것이 특징이라 맛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천연 민물장어가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에서 잡았냐에 따라 다르다.     




결국 갯장어, 붕장어, 민물장어 차즈케를 맛있게 먹고 싶다는 욕망은 원래 사치스러운 것이다. 맛을 볼 때 미각 역시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니 재료의 상태에 만전을 기하며 덤벼들어야 한다.


또한 갯장어와 붕장어를 고를 때, 지나치게 큰 것은 사지 말자. 구울 때 폭이 3센티에서 5센티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큰 것은 어떻게 조리해도 맛이 심심하다. 민물장어 꼬치구이라면 그럭저럭 먹을만하나, 붕장어 꼬치구이라면 큰 것으로는 시도도 하지 말자.



원문 / 鱧・穴子・鰻の茶漬け, 「星岡」,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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