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고대 중국의 통일
점차 전국시대가 막을 내리기 시작했다.
통설에通說 따르면 고대 중국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왕은 진시황秦始皇이다. 그러나 진시황은 이미 평정이 된 중국 대륙을 정리만 했을 뿐이다.
그의 선왕이었던 진소왕秦昭王(BC 324 - BC 251)이 BC 307년부터 BC 251년까지 56년 간 통치하면서 진을 제외한 주변 6개국(한韓, 조趙, 위魏, 초楚, 연燕, 제齊)과의 크고 작은 전쟁을 통해 그들의 힘을 빼놨다. 또한 진시황의 아버지이자 소왕의 뒤를 이은 장양왕莊襄王(BC 281 - BC 246)은 주나라의 황실을 병합하였다.
진소왕은 주변국들을 정리해 놓고 장양왕은 정통성이라는 명분인 주 왕실을 사실상 제거함으로써 이러한 선대 왕들의 토양 위에 진시황은 BC 230년부터 BC 221년까지 10년이 안 되는 빠른 시간 동안 주변 6개국을 정복할 수 있었다.
춘추전국의 사상 완성
순자는 격변기의 한 중심에서 통일제국의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그의 저서에도 기록되었듯이 이미 통일을 염두에 두고 그에 맞춰서 사상을 개진해 나갔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로 <순자> 제4권 제8편 유효편儒效篇을 보면 이미 순자는 진소왕을 만나 유자의 학문에 대한 유효성을 논하고 있다.
순자는 어찌 보면 춘추전국의 학문을 완성한 인물일 것이다. 중구난방으로 흩어진 사상들의 큰 틀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다른 사상들을 비판하면서 시대에 가장 접합한 사상들은 놓치지 않고 흡수하였다.
다시 읽은 순자
따라서 지금 이 시대가 <순자>를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순자>는 모자이크와 같은 책이다. 이 책에는 한 가지 색으로만 칠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모자이크처럼 다양한 색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강력하게 때로는 융통성 있게 자신의 주장으로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다. 그래서 순자가 말 많은 제자백가 가운데서 직하학궁의 좨주를 3번이나 역임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는 <순자>가 필요하다. 권력 지향적 사상은 강한 자를 위한 시녀 노릇 밖에 하지 못한다. 때문에 한 가지 색으로 칠해진 몽상가의 세상에서 살게 될 위험이 따른다. 다양한 생각의 교환을 통한 설득과 대화의 기술만이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통합과 화합을 꿈꾸는 순자의 세상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시황은 고대 중국을 통일한 거대한 업적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후대에 유교를 바탕으로 둔 국가의 사상가들에 의해 왜곡되고 폄하된 사실들이 새롭게 조명되면서 그는 다시 평가받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