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는...
2022.07.15.
투신 후 목이 잘린 시체를 보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A 아파트를 가로질러 가는 게 지름길이기에, 평소처럼 A 아파트를 지났다.
근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아파트 입구부터 구급차와 경찰차, 동네 주민들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누군가 죽었구나.
사람들 사이에 잠시 껴서 무슨 일인지 엿들었다.
누군가 투신 자살을 했단다. 그리고 그의 몸과 목이 서로 분리되어
경찰이 목을 찾는다고 한참을 고생했단다.
목이 잘린, 투신 자살한 시체.
나는 멀리서 천으로 덮인 시체가 구급차에 실리는 장면까지 보았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집을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씻고, 거울을 보고,
냉장고를 열어보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노래를 부르기도, 따라서 춤을 추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자살한 그가 떠올랐을 땐 잠시 멈추었다.
그것도 잠시, 이내 친구와 가족에게 연락해 '충격적'이라는 핑계로 그 사건을 가십처럼 떠들었다.
그리고 운동을 하러 나갔다.
운동을 하러 가는 길, 그의 피가 흥건한게 젖은 아스팔트 바닥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 갔다.
이런 내가 참으로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사랑했던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도 '충격적이다'는 생각에 잠시 상심에 젖어있다가, 이내 배가 고파서 식당에 가 밥을 먹었다.
피곤해서 잠을 잤다. 그녀에 대한 꿈은 조금도 꾸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바로 옆 아파트의 사람이 죽었다.
죽음이 그렇게까지 가까이 다가왔을 때도 나는 똑같았다. 본능처럼, 본능대로 살아갔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 말이 참 무심하다 싶다가도, 그럼에도 나 역시 그렇게 살면서, 쉽게쉽게 잊어버렸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이렇게 죽음이 바로 옆 아파트 사람에게까지 옮겨 왔음에도 말이다.
그의 서사를 짐작해본다.
그의 나이는 어느 정도일까, 그는 어쩌다 죽음을 택했을까, 왜 하필 투신 자살인가,
소식을 듣기 직전, 그의 가족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리고 마침내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절규했을까, 무너졌을까,
거짓말이라며 부정했을까, 아니면 담담하게 받아들였을까...
가족만큼 가까워지면 죽음을 오래오래 간직하며 슬퍼할 수 있으려나...
문득 일하는 학원, 옆자리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아무리 운동하고 잘 먹으려고 노력해도 막상 죽는 데는 순서가 없더라."
운동하러 가는 길이어서 그런가, 또마침 눈 앞에서 죽음을 마주해서 그런가...
그 말이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모두 죽는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나의 가족도...
아무리 운동하고, 건강한 음식과 습관을 가진다고 해도 언제든 사고처럼 죽어버릴 수 있다.
죽음은 점점 더 다가온다.
당장 내일 죽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나의 남은 시간은 어떻게 채워야만 할까.
만약 도달하기도 전에 삶이 끝나버린다면,
내 마지막 발자국 끝이 향하는 곳은 어디여야만 하는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어떤 향을 남겨야만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하루.
살아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그렇기에 더 잘 살아내고야 말겠다- 다짐하는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