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

스물 셋, 스타트업 창업자는 연애를 할 수 있을까?

by 반한나

최근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했다.

내가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어 공감할 만한 일들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군대에서 창업 교육을 받았을 때 멘토님께서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냐고 물었던 것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공감되는 부분도 있지만, k-드라마 특성상 연애하는 장면이 너무 많긴 해요."

멘토님은 이런 말씀도 덧붙이셨는데, 정말 그랬다.

'연애 서사' 부분이 나올 때마다 인상이 찌푸려졌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을 텐데...

그렇게 야망으로 가득찬 주인공들이 연애에 푹 빠져

사랑 싸움을 하는 모습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야망'

그것이 내 가장 큰 원동력이자, 연애를 못하는 걸림돌인 것 같다.

"너무 바빠서 마음을 쏟을 여유가 없어."

가장 최근에 연애했던 분과 이별할 때 내가 전했던 말이다.

그 말 그대로였다. 너무 바빠서, 내 속엔 어떻게 내 회사를 키워갈까- 하는 생각이 너무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다른 누군가를 담아낼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 사람과 마지막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외롭긴 하다.

곁에 마음 기댈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고, 가끔 여유가 날 때면 사랑에 빠지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마음은 단 몇 시간만에 다시 사라지는데, 일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레 덮이는 것이다.

<라라랜드>에서 사랑과 일이 양립할 수 없다던 감독의 메시지가 참으로 와닿는다.

사랑에 빠지면 마음과 시간과 돈을 써야만 한다.

하지만 마음과 시간과 돈의 총량은 한정적이며

내겐 그것을 조금 더 나를 위한 일에 투자하고 싶은가 보다.


또, 사랑도 창업도 '적당히'란 것이 불가하다.

총량이 100이라면, '창업'에는 90 이상이 들어가야만 한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남은 10만 주어서는 결코 사랑을 붙잡을 수 없다.

사랑에도 적어도 70~80 이상의 총량이 필요하다.

둘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200가까이 되는 총량이 필요한데,

내게 주어진 몫은 오직 100이 전부이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외로울 여유가 날 때마다 길을 잃고 방황하지만

내성이 생기기도 했다.

의미없는 걸음들을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뚜렷하지 않은 일에 나의 것을 '투자'하는 일을 멈출 수 있게 되었다.

이따금씩 자라나는 마음에 브레이크 밟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렇게 멈춘 일들은 감정보다 이성에 따른 결과이며,

다음날이면 '후회'보다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든다.

다행스런 일이자, 나를 외로움으로 몰아넣는 일이다.


주머니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만 꺼낼 수 있는 관걔가 있으면 좋겠다.

문득 생각날 때,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락하는, 세상에 그런 연애가 있다면 좋겠다.

근데 그건 또 참으로 무례한 일임을 알기에, 마음이란 게 또 그렇게 쉽게 접고 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기에, 포기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한다.


"연애할 준비가 되지 않은 거야."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

그럼 과연 언제쯤 준비될 수 있을까?

내게 '야망'은 단순히 짧게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다.

나의 것은 내 삶 평생을 꾸준히 타올라왔다.

잠깐 빛이 잠든 적은 있지만 한 번도 죽은 적은 없었다.

그리고 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것을...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겨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모든 것을 줄 수 없는, 준다해도 오래 이어갈 수 없는,

그런 쓸쓸하고 높고 외로운 삶-

가끔은 내 모든 이성과 계산을 멈추고

언제 타들어가도 좋을 사랑에 빠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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