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의 Sep 25. 2023

나에대해 적어봅시다.

자문자답

1. 최근 겪은 일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즐거웠던 경험을 간단히 적어 봅시다.


따분한 여름 새벽


제 행복은 자기 절제에서 나옵니다. MBTI가 계획을 좋아하는 J라서 그런가 봅니다. 최근 등록한 헬스장에 새벽 6시에 가서 운동했던 날이 가장 즐거웠던 경험이었습니다. 전날 계획했던 것이었는데, 사람 거의 없는 그 헬스장에 여유롭게 러닝을 하고 근력 운동을 한 뒤 여유롭게 수업을 들으러 가는, 그 일상적인 생활이 설렜습니다.


집에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과제를 하고, 조금씩은 졸기도 하는, 의도된 공복으로 잠에 들고 꿈없는 잠에 드는- 그런 따분할 법한 늦여름의 노을이 참으로 예뻤습니다.

2. 요 며칠 사이에 지하철 혹은 버스 등을 타고 이동하는 중에 관찰한 것을 적어 봅시다.


내 낡은 수첩을 펼치어


어딘가로 달려가는 지하철, 맞은편 자리에 꼬마가 앉았습니다. 그 아이는 동그란 얼굴에, 분홍색으로 깔 맞춰진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들고 있는 수첩마저 분홍색이었습니다. 힐끔힐끔 앞 사람을 바라보며 수첩에 뭔가를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며 옆자리 부모님께 건넸습니다. 아이의 부모들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 그림을 바라봐주었고, 다정한 목소리로 서로 그림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사랑하는 아이를 낳고, 다정한 눈빛과 대화와 웃음을 나누는 일……. 앞자리 그들을 바라보며 저도 제 마음속 먼지 묻은 수첩을 펼치었습니다. 오랜 추억과 오지 않은 미래를 천천히 그리어 보았습니다. 그 그림은 포근한 풍경, 한편으로는 조금은 서글퍼지기도 하는 시절이었습니다.



3. 본인이 생각하는 창조적 사고와 창조적 표현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동안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창조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했던 노력,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훈련이 무엇인지에 대해 적어 봅시다.


창조, 기존 재료와 조리법으로 조금 다른 요리를 만들어 내는 일


창조와 혁신이 가장 중요시되는 분야 중 하나인 창업을 준비하며, 수십 가지 기존 사업 아이템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새로운 아이템들을 고민하였습니다. 이전에는 작가의 꿈을 꾸며 수만의 작품을 읽고, 직접 창작도 해보았습니다. 그 모든 과정에서 느낀 것은 ‘창조’란 ‘발전’의 동의어에 불과하단 것입니다.


0에서 100을 만들어내는 완전한 창조란 없으며, 100이란 98, 99의 다음 단계일 뿐입니다. 즉, 창조란 ‘어떤 재료들-기존에 존재하는-을 선택’해서 ‘어떤 방식으로 요리할 것인가?’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수많은 경우의 수 중 하나의 결과일 뿐입니다. 즉, ‘창조’는 ‘재료 선택’과 ‘조리 방식’으로 결정되는 ‘요리’와 같은 것이며, 좋은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와 뛰어난 조리 방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창조적 표현을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표현법과 그것을 활용한 사례들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다독과 이론 공부가 좋은 방법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습득한 것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아야 하며, 그것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끝내 한 편의 글을 완성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배움과 실습의 반복을 통해서, 창조에 이를 수 있으며, 그것은 다른 작품들과도 닮아있겠지만, 나만의 재료와 나만의 조리법을 입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4. [창조적 사고와 표현] 수업에 임하는 각오, 수강 동기, 포부, 이 수업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등을 자유롭게 적어 봅시다.


녹여주세요


한동안 글을 잊고 살았습니다. 나만의 것을 창조하는 ‘창업’과 ‘예술’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지만, ‘창업’은 본질적으로 차가운 것이었고, 가까이할 수록 예술의 온기를 빼앗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번 [창조적 사고와 표현]을 통해 다시금 따뜻함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문학을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문학 속에 잠겨 죽은 이들의 작품에 잠겨 조금은 물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럼 항상 이기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부자가 되거나, 세상에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허황된 욕심들도 조금은 씻겨 내려가지 않을까요. 그러면 조금은 순수했던 어릴 적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5.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 자신의 강점을 중심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써봅시다.


흔들리며 피어나는


뭐든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 욕심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는 자라서 겨우 제가 되었습니다.

제 강점은 아직도 무수히 많습니다. 글도 잘 쓰고, 농구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말도 잘하며, 생각도 깊고, 리더십도 있고……. 하지만 세상에 내놓기에는 아직 애매한 것들입니다. 무수히 빛나는 우주에서 제가 내뿜는 빛은 미미할 뿐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 나약함을 아는 것도 강점이라면 강점일까요.


제 진짜 강점은 어쩌면 열등감일지도 모릅니다. 열등감 때문에, 한 번은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던 무수한 것들이 지금의 능력들이 되었습니다. 그 열등감을 비관적으로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저를 성장시킨 동력이기도 하니까요. 저는 제 열등감마저 사랑합니다.


제 나약함을 깨닫게 하는 모든 것들을 끊임없이 사랑합니다. 비웃음과, 모욕과, 실패와, 낙제와, ‘다음 기회에’라는 말과, 비릿한 패배 등등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그럼에도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열성적으로 매달리는 저 자신을 사랑합니다. 성장을 멈추지 않고, 다음 세상, 그 다음 세상, 그 다음다음 세상에 끊임없이 인정받기를 갈망하는 제 자신을 사랑합니다. 그렇게 나약함을 자각하면서, 흔들리며 피어나는 제 자신을 사랑합니다.


어쩌면 제 강점은 자기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떨어지고 난 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