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아무것도 아닌 나에 대하여
2021.10.23. 기억보관함
군대에 와서 20개 이상의 대회에 출전하고
20개 이상의 대회에서 떨어졌다.
내가 꽤 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깨닫고 있다.
물은 100도씨가 되기 전까지 끓지 않는 법이라는데
나는 그럼 현재 몇 도씨 쯤 되었을까.
쉽게 봤던 것들도 쉬운게 하나 없다.
뭐라도 되겠지-
이것저것 할 줄 아는게 많다고 믿었던 나.
과연 단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있을까.
제대로 했던 게 하나라도 있을까.
그래서 이것저것 쉬워보이는 것-들로 도피했던 게 아닐까...
技多不壓身
민우는 이런 내게 '技多不壓身'이란 성어를 적어주었다.
기다불압신, '재주가 많은 건 해로운 게 아니다'는 뜻.
그리고 '김승학 상병님은 자존감을 좀 높였으면 좋겠습니다, 충분히 잘난 부분이 많으신데...'
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고마운 말, 필요한 말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가진 얄팍한 것들을 과연 재주(技)라할 수 있을까,
나 같은 놈이 이런 얄팍한 능력들 가지고 자존감을 가져도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지금의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맘놓고 고마워 할 수도 없었다.
어느새 변명하고, 다른 길을 찾고, 잊고 헤벌레 웃고 있는 나.
나는 아마 앞으로도 겨우 나밖에 될 수 없으려나...
글 by HanEui